1970년 국제재활협회에서 각국에 재활의 날 지정 권유
1972년 한국재활협회에서 재활의 날 지정
1981년 정부에서 4월 20일 장애자의 날 지정
1989년 장애인의 날로 변경 지정함
여러분은 몇 살이세요? 장애인의 날은 올해로 마흔 네 살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 중 국가 기념일이 겹치지 않는 날을 택해 지정했다고 합니다.
44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장애인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다수의 법이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실명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지 어느덧 21년이 지났습니다. 그 21년이란 세월 동안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마수걸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20여 년 전, "마수걸이도 하지 못했는데 재수없게.."란 말을 들으며 승차거부를 당하고, 음식점에서 떠밀려 나오던 과거를 생각하면 여전히 울컥하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릅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친절하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원합니다. 장애인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요.
얼마 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영어교사를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이 전해준 훈훈한 이야기가 제 마음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중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중3 학생들이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근무하시면서 어떤 게 제일 힘드세요?"
학생들의 질문에 선생님은 무심코 대답했습니다. 학교 앞 지하철 역에서부터 학교까지 오는 길에 점자 유도 블록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이지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지하철역에서 나온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오돌토돌한 느낌! 점자 유도 블록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앞도 보지 못하는 이 선생님은 거의 뛰다시피 하며 학교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새로 설치된 점자 유도 블록은 학생들의 작품이었습니다. 여름방학 내내 구청 창구와 인터넷 민원을 통해 유도 블록 설치를 청원했던 것입니다. 구청은 학생들의 민원을 받아들였고, 없는 예산을 마련해 유도 블록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평소에 존경하던 시각장애인 선생님에게 정말 큰 선물을 한 것이지요.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시각장애인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학생들을 통해 큰 교훈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포용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44번 째 생일을 맞이한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함께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 슬로건처럼 그리고 선생님을 사랑한 그 중학교 학생들처럼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포용과 배려로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