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소음이 더 심했어요. 더 다투면 산재가 인정될까요."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받은 이 노동자의 직업력조사 상 근무 기간은 34년, 총 소음노출 기간은 34년이었다. 2022년 작업환경측정 결과 역시 소음 노출이 85dB이 넘었고, 그에게 34년간 소음 노출이 중단된 적이 없다. 아직도 해당 공정에서 근무 중이며 귀의 질병으로 치료받은 적도 없다. 그리하여 해당 노동자는 소음성 난청으로 산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특별진찰 결과 좌·우측 비대칭 난청으로 판정되었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처분 이유는 '소음 노출 기준에 합당하나 양측 소음성 난청 장해 기준에 미달되어 업무 관련성은 낮음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시행령 상 보상 범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2021. 12.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개선 시행' 이후 최근 2023. 9. 1. 시행된 '소음성 난청 장해판정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은 '비전형 난청'에 대한 세부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이 병합된 경우, 혼합성 난청, 비대칭 난청, 편측성 난청, 수평형 난청, 고도·심도 난청 등 유형에 따라 소음성 난청으로 판정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현행 업무처리기준에 대하여 일정 세부 기준을 두어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인정 범위를 축소하였다. 예컨대 비대칭 난청의 경우, 가이드라인은 '양측 순음청력역치 차이가 감수성 차이 인정범위인 20dB 이내일 경우 양측 청력역치 각각 인정 가능', '양측 순음청력역치 차이가 20dB을 초과할 경우 양호한 순음청력 역치를 양측에 적용 가능'이라고 하여 양측 역치 차이가 '20dB'이내일 것을 규정화하였고, 편측성 난청 역시 '양측 청력역치 차이가 20dB 이내인 경우, 양측 귀 감수성 차이 인정범위(20dB)를 고려하여 소음 직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하면서, '난청을 유발한 소음원이 편측에 있는 등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유가 있으면 양측 청력역치 차이가 20dB을 초과하는 편측성 난청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가능, 그 외 편측성 난청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곤란'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산재법 시행령상 [별표3]에서 규정하는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이라는 규정뿐 아니라, 현행 업무처리기준이 '소음직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임이 명백하지 않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이다.
'소음 노출 근로자 건강진단 판정 기준 세부지침 개발(산업안전보건공단, 2019)' 연구는 소음성 난청 건강진단 판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15만1866명을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소음성 난청이면서 비대칭 난청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연구진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비대칭 난청의 소음 기인성에 대한 결론'으로, "소음에 관련되지 않은 병리학으로 인한 비대칭성 난청 발생은 대략 1% 정도이다. 따라서 특이 병력이 없고 이과학적 질병의 증거가 없을 때, 비대칭성 난청은 소음 노출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했다. 가이드라인은 이런 연구 결과와도 배치된다.
소음성 난청, 근로복지공단 패소가 계속되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2021. 12. 업무처리기준 개선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공단이 소음성 난청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를 고려하지 못하여 관련 사건의 패소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즉 업무상 소음 노출과 노화 등 업무 외 요인이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친 경우 '소음 노출로 인하여 노인성 난청 등을 가속화시켰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판결 경향을 근로복지공단이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도 법원은 특별진찰 시 좌측 청력손실 50dB, 우측 92dB로 측정되었는데, 좌측에 대해서 임의로 나이 보정을 하여 34dB이라고 판정하고, 우측은 좌측과 비대칭·심도난청이라고 하여 부지급 처분한 사례에 대해서, '연령 보정에 대하여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 개인마다 소음 노출 기간이나 강도, 소음에 대한 감수성, 노화에 따른 청력 저하의 시기나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연령 증가에 따른 청력 저하 중위값을 적용하여 이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소음에 따른 청력 손실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점, 소음과 다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친 경우 개별 원인으로 인한 청력 손실치를 수치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는 점, 우측 귀에는 소음 및 노화 외에도 중이염 및 그로 인한 고막 천공이 영향을 미쳐 청력손실이 심하게 발현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연령 보정에 대하여 배척하고 노인성 난청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대칭 난청에 대한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2. 4. 28. 선고 2021구단59451 판결).
그에 반해 가이드라인은 비대칭·편측성 난청이 예외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례 예시가 부족하여 사실상 사격과 같이 편측 소음원 이외에는 구체적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설명 예시에서는 "우측 15dB이면서, 좌측 55dB일 경우 우측 정상이면서 좌측 청력은 40dB 이상이고, 양측 청력 역치 차이가 20dB을 초과하므로 양측 모두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 곤란"이라는 예시만 있어 비대칭·편측성 난청에 대한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임이 명백하지 않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이라는 업무처리기준 원칙은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20dB'은 질병력 유무, 보호구 착용 등 여타 사항에 대한 고려 없이 부지급 처분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돌아와서, 잘 들리지 않는 것 외에 이비인후과 한 번 가본 적 없는,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귀마개를 열심히 착용했다'라는 그는 9개월 만에 부지급 처분을 받았고, 다시 다툼을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지나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공인노무사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