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문제를 야당에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빈손회담'으로 끝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기한 의제 중 윤 대통령이 '선택적'으로만 반응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등 야당이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답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야당 탓'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30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발언에서 한 이야기들을 비공개 때 다시 야당에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문제제기하고, 비공개 때 논의를 이렇게, 야당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하다 보니, 뭐 그런 일이 있었지 않겠느냐"라며 "만약 비공개 때 그 문제를 질문하거나 논의를 야당에서 제기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셨을 것"이라고 봤다.
공개발언 때 지적한 의제 윤 대통령 '침묵'... 민주당이 다시 얘기 안 해서?
즉, 이재명 대표가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한 의제들이, 막상 비공개 차담에서는 재차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답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여당의 '방어' 논리는 제1야당의 인식과 사뭇 다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바람에, 회담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적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관련 기사:
정치
'많이 듣겠다'더니... "윤 대통령이 85% 말했다")
29일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담의 형식이 이재명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석열 대통령이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양측이) 몇 가지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났는데,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까 '85대 15' 정도가 됐던 것 같다"라며 "모두발언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발언을 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부연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 관련 이야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 나왔던 큰 맥락만 좀 말씀드리면, 첫 번째 대통령께 말씀드렸던 언론보도 명예훼손에 의한 압수수색 문제를 말했고, R&D 이야기가 이어졌고, 연금 개혁과 의료 개혁 이야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야기, 그다음에 여야정 민생협의체 이야기가 주로 있었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주제는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라는 것.
윤재옥 "정쟁법 처리에 민생법안 끼워넣기... 동의 어렵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공개 발언에서도 영수회담에 대해 "21대 국회 내내 평행선만 달리던 여야가 협치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15분에 걸친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을 비롯해 여러 현안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경청하고 정부의 입장을 성의 있게 설명했다"라며 "비록 이견이 일소에 해소되지 않았지만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직접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다만 회담을 마치고 민주당에서는 '민생회복을 위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변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모처럼 성사된 귀중하고 의미 있는 자리를 어느 한쪽의 정치적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폄훼하고 평가절하하면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안을 오는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합의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겠다면 동의해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정쟁 유발할 수 있는 그런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쟁법 처리하는 게 주가 되고, 거기에 마지못해 민생법안 한두 개 처리를 본회의 열기 위한 수단으로 끼워 넣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