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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가 낸 자료. 조례대로 하지 않고 '근로' '근로자'라고 표기했다.
경남 창원시가 낸 자료. 조례대로 하지 않고 '근로' '근로자'라고 표기했다. ⓒ 윤성효
 
'근로(勤勞)'를 '노동(勞動)'으로 바꾸는 조례가 경남도‧창원시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지켜지지 않고 여전히 '근로‧근로자'로 표기하고 있다.

창원시의회는 2019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근로 관련 용어 변경을 위한 감정노동자의 권리 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고, 같은해 12월 경남도의회도 '조례 용어 일괄 정비를 위한 조례'를 의결해 '근로‧근로자'를 '노동‧노동자'로 바꾸도록 했다.

이후 제주, 경기, 충남에서도 비슷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용어 풀이를 보면, '근로'는 "힘을 들여 부지런히 일함"이고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이라는 뜻이다.

가치중립적이지 않는 '근로'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노역을 미화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로, '근로정신대' 내지 '근로보국대'로 사용됐다. 노동자의 자주성‧주체성을 폄훼하고 복종의 의미로 쓰이는 단어가 '근로'다. 그러나 '노동'은 사용자와 동등한 개념이다.

최근 4개월간 창원시와 경남도의 보도자료‧회의서류를 보면, 경남도는 4월 23일 '조선업 노동자 복지 향상에 힘 모아'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노동자에게 복지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거나 "사내협력회사 소속 노동자의 복지 향상", "조선경기의 회복으로 노동인력 확보", "이동노동자 간이쉼터 확대", "현장노동자 및 감정노동자"라고 적었다.

창원시는 3월 11일 낸 '창원 이동노동자 지원센터 토요일 확대 운영'이란 제목의 자료에서 "노동환경이 열악한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공간 마련"이라고 해 조례대로 썼다.

그러나 이외에는 '노동‧노동자'가 아닌 '근로‧근로자'가 자주 등장하고 있었다.

창원시가 올해 3월 8일 낸 '창원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운영'이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외국인근로자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과 지원 공백 해소를 위해 센터를 운영한다"라고 해놓았다. 이 자료에는 여러 군데 '외국인 근로자'라는 표기가 돼 있고 일부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놓기도 했다.

또 창원시는 3월 8일 낸 '원이대로 버스중앙차로제 공사 구간 현장 점검'이란 보도자료에서 "철저한 안전관리와 근로 수칙 준수 등 작업 중 각종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달라"라고 표기해 놓았다. '근로수칙준수'를 '노동수칙준수'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 1월 '2024년 시정운영 방향'을 발표했는데, "창원국가산단의 미래를 여는 50주년 기념주간 운영"이라는 대목에서 "기업인-근로자 화합행사 개최"라고 했다. 조례대로 한다면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

또 창원시는 4월 24일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50주년 기념식' 관련 보도자료에서 "기업인과 근로자 등 400여 명 참석", "청년근로자", "근로자의 출근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창원시는 2023년 12월 28일 '창원산업 미래 50년 대전환 초석 마련의 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도 '근로자'라고 표기했고, 올햐 2월 21일 '홍남표 창원시장, 시청사 청소 근로자 따뜻한 격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도 "조경관리 근로자들과 함께 오찬" 내지 "근로자들과 반갑게 인사",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이라고 썼다.

이주노동자를 '외국인 근로자'로 표기하기도

경남도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는 1월 15일 '경남도지사, 우주항공청 설립 끝 아닌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필요로 하는 지역은 조선업 등 전통 주력산업이 몰려있는 경남"이라고 표기했다.

경남도는 1월 17일 '창원국가산단 50주년 기념행사 준비 보고회'라는 자료에서 "기업인과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라 했고,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맞아 여성취업지원기관 여성친화기업 찾아'라는 제목의 자료에서는 "앞으로도 여성근로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환경 조성"이라고 했다.

'외국인노동자'라는 표기에 대해,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로 표기해야 하나, 지난 문재인정부 때 고용노동부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두기로 하면서 용어를 통일했다"라며 "그런데 다시 외국인근로자로 바꿔서는 안된다. 노동인권을 생각하면 외국인노동자로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한상현 경남도의원은 "노동자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권리 행사의 주체이자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동등한 국민으로, 인격적으로 창원시와 경남도가 바라본다면 조례로 명시돼 있는 노동를 사용치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노동자는 임금을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사용자와 동등한 개념이다"라며 "노동존중 시대에 맞게 용어를 바꿔야 한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었지만 지자체가 일부 지키지 않고 있다. 조례보다 상위인 법률로 만들 필요가 있기에, 앞으로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용어 관련한 법률을 제‧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가 조례대로 하지 않고 '근로' '근로자'라고 표기를 해놓았다.
경남도가 조례대로 하지 않고 '근로' '근로자'라고 표기를 해놓았다. ⓒ 윤성효
 
 경남도-창원시가 조례대로 '노동', '노동자'라고 제대로 표기한 사례
경남도-창원시가 조례대로 '노동', '노동자'라고 제대로 표기한 사례 ⓒ 윤성효

#노동#노동자#세계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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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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