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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4월 30일(이하 현지시각) 총회를 끝으로 폐막했습니다. 예정됐던 마감시한을 하루 넘겨 끝난 것입니다.

4차 회의는 4월 23일부터 약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습니다. 회의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열립니다. 마지막 5차 회의(INC-5)는 오는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립니다.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175개국이 회의에 참여 중입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 이후 최대 규모의 다자간 환경협약이자, 가장 중요한 협약으로 불립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협상은 지난했습니다. 국가별로 플라스틱 오염 원인에 대한 시각과 감축목표 설정 여부, 이행방식 등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입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그리니엄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이유나 국제협력팀 팀장과 김혜주 연구원을 서면 인터뷰했습니다. 두 사람은 4차 회의에 옵저버(참관인)로 참석했습니다.
 
 4월 22일(현지시각)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 회담장 앞에서 플라스틱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4월 22일(현지시각)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 회담장 앞에서 플라스틱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BreakFreeFromPlastic
 
- 4차 회의 시작에 앞서, 이번 회의에서 달성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나 팀장 : "지난 3차 회의(INC-3)에서의 성과가 매우 미진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실질적인 논의에서 진전을 보이기를 기대했습니다.

3차 회의 이후 발표된 초안 수정본은 초안 대비 훨씬 길어졌습니다. 더욱이 상당 부분이 대괄호 안에 담겼습니다. 확정적이지 않은 협약문인 채로 담겼단 뜻입니다.
따라서 4차 회의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합의를 거쳐 협약문을 정리할 필요가 절실했습니다.

동시에 협약 성안 자체를 위한 졸속합의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2년 내에 다자간 환경 협약문을 완성한단 매우 야심찬 계획 아래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추가 협상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문안이 담길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팀장은 양보할 수 없는 문안 중 대표적인 내용으로 다음의 5가지를 소개했습니다.

① ▲파리협정 1.5℃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30x30과 같이 세계적 목표치를 설정한다.
②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5.2) 결의안에 명시된 바와 같이 플라스틱 생애 전(全)주기를 다루되, 원료의 추출 단계부터 포함한다.
③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Primary Plastic Polymer)의 생산 제한을 포함한다.
④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CBDR)' 및 '오염자 부담 원칙' 등을 고려해 협약 비준 후 각국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별도의 재정적 메커니즘을 마련한다.
⑤ 플라스틱 오염이 인권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하며, 토착민의 과학과 지식을 포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협의를 진행한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4차 회의에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이유나 국제협력팀 팀장과 김혜주 연구원은 옵저버로 참석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4차 회의에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이유나 국제협력팀 팀장과 김혜주 연구원은 옵저버로 참석했다. ⓒ 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 이번 4차 회의 분위기와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신가요?

김혜주 연구원 : "이전 회의는 협상 기간 내내 논의의 진전이 더디고 로비스트의 방해로 세션을 진행하기 어려운 등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이전에 비해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입니다.

더 이상 시간을 소진할 수 없다는 점에 대부분의 국가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같은 주요 쟁점 사항에서는 일부 국가들이 1시간 넘도록 논의를 지연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각국 정부 대표단이 협상장 내외의 시민사회 활동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를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회기간 작업에 대한 논의에서 50여개국이 해당 논의에 시민사회 옵저버가 주요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 4차 회의에서 주목하신 쟁점은 무엇인지, 또 해당 쟁점이 어떻게 논의됐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나 팀장 :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를 포함하는 문구의 경우, 2022년 결의안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큰 반대는 없습니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는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라는 문구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플라스틱 원료의 추출부터 포함해야 한단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다른 견해를 보이는 국가는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제품의 생산부터 포함하도록 의미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에 대한 부분은 실질적인 합의나 주도적인 여론 형성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해당 내용은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측과 플라스틱 산업계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첨예한 쟁점입니다. 따라서 4차 회의 종료 후 회기간 작업, 또는 5차 회의에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절차 규칙'이 꼽힙니다. 해당 쟁점의 함의는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듣고 싶습니다.

이유나 팀장 : "절차 규칙이란 2년으로 계획된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협상 기간 중 회원국들이 합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규칙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유엔 기구에서는 다수결 투표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에서는 소수의 국가가 협약의 실질적인 사안을 결정하는데 투표가 아닌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진행할 시 소수 국가의 거부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 경우 아주 약한 수준의 협약 문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후총회(COP)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비슷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4차 회의에서도 의견 대립으로 인해 임시로 투표 기반 절차 규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가 투표 방식의 의사 결정에 관심을 표명한 상황임에도 현재대로면 만장일치의 방식으로 의견 합치를 이뤄야 할 수 있습니다. 즉, 강력한 협약을 원치 않는 국가의 입맛에 맞는 빈 껍데기 협약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단 의미입니다."
 
 4차 회의 폐막 총회에서는 회기간 작업 논의를 두고 국가 간 의견이 충돌함에 따라 회의 중단과 재논의가 반복됐다.
4차 회의 폐막 총회에서는 회기간 작업 논의를 두고 국가 간 의견이 충돌함에 따라 회의 중단과 재논의가 반복됐다. ⓒ Kiara Worth, IISD

- 네 차례 회의를 거치며 이해관계 간 국가그룹이 공고해지는 추세입니다. 주요 국가그룹이 어떻게 형성·변화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유나 팀장 : "기본적으로는 유엔의 지역적 구분에 따른 그룹이 있습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유사한 국가 그룹이 공고해지는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유사입장그룹(LMG·Like-Minded Group)'입니다. 이 그룹은 회의 절차상 발언 기회의 형평성이 없다거나 논의 순서에 동의할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이밖에도 전면적인 반대 의견을 내거나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데 제한적입니다. 국가별 다양성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국가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안했던 르완다와 페루는 여전히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포함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은 더 느슨한 그룹이기 때문에 세부 조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 2024년 내 협약 성안에 대해서 기한 연장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지, 연장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이유나 팀장 : "4차 회의 시작 전에는 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2024년 말 부산에서 열릴 5차 회의에서 협약을 성안하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시점이 회의 연장을 논의하기에 이르단 점도 있습니다. 사무국 및 의장단은 기존 계획에 따라 협약 성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주최국인 우리나라 또한 5차 회의가 최종적인 협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기간 작업과 5차 회의를 지켜본 후에야 연장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한에 맞추기 위해 텅 빈 졸속 협약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오는 11월 부산에서는 마지막 회의가 개최됩니다. 협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김혜주 연구원 : "아직까지도 주요 쟁점에서 많은 부분이 정돈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5차 회의 이전에 진행될 회기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따라 성공적인 마무리가 달려 있습니다. 협상 마무리를 앞두고도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의 작업 운영안에 대해 국가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따라서 최종 협상에서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인지는 회기간 작업 보고서가 정리된 후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언급된 절차 규칙 또한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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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의 에디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찾다 그리니엄에서 순환경제를 접했다. 스토리텔링 역량을 살려서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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