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본회의에 회부된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조선일보사 앞에서 지난 2일 열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장남수 유가협 회장, 장현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은 하나같이 조선일보가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면서 조선일보의 행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려 민주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안이라면서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법이 아니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을 당하더라도 언젠가는 국가가 나서 대우한다는 것을 실감케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독재자와 싸우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국민에게 알려 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 운운하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민주유공자법안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아가 "조선일보는 오로지 민주유공자법을 비난하고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 보도했을 뿐"이라면서 "조선일보가 마치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등은 인정하는 듯이 말하지만, 이들을 기리기 위한 민주유공자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민주유공자법안의 내용이나 민주유공자 인정 절차 등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상자를 사전에 알 수 없는 '깜깜이 심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장현일 의장은 "조선일보는 국가기록원이 대상자 명단을 국가보훈부에 주지 않아 '깜깜이 심사'라고 보도했지만, 2016년 민주화보상위원회에서 발간한 <민주화운동백서>에 민주유공자 대상 829명의 이름이 고스라니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민주유공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했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다 아는데, 마치 북한 간첩을 민주유공자로 만든다고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단체들은 또 "조선일보가 '방화범'이라고 지목한 1989년의 '5·3 동의대 사건' 관련자는 상이자이지만 등외판정을 받아 민주유공자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조선일보가 이를 모를 리 없으면서도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여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유도해내겠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나온 술수"라고 비판했다.
기가회견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유가협 회원을 대표로 하여 입장문 전달을 위해 조선일보 편집국장 면담을 요구하며 조선일보 사옥 방문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사옥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일보사는 입장문 수령조차 끝내 거부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달 24일과 27일에 <어제는 민주유공자법 일방 처리, 매일 폭주 민주당>, <민주유공자 되면 자년 대입특례, 국보법 위반자도 혜택본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연이어 게재하면서 "이 법이 제정되면 방화로 경찰관 7명을 죽인 동의대 사건, 운동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 짓을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들까지 민주 유공자 심사 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니 '민주유공자모욕법'이니 하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했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람 중에 사망, 실종하거나 상이자로 인정받은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하여 예우하자는 법으로,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재적 의원 24명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새로운미래, 진보당, 개혁신당 소속 야당 의원 15명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