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7일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가 '변론재개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이 전 부지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1심 결론을 향해가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5일 김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의 출정기록을 법원이 요구했는데 수원구치소에서 거부한 것 아니냐. 이는 대놓고 법원의 명령을 무시한 처사다. 변론을 재개해 왜 그랬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성태와 방용철 등의 출정기록만 공개되면 사실상 두 사람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근간부터 흔들려버릴 거다. 이 전 부지사 말처럼 회유와 압박을 위해 진짜 세미나를 했고, 그 횟수가 특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원은 이 문제를 법정에서 더더욱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 변호사는 "현재 수원구치소가 대놓고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수원구치소는 검찰에는 출정기록을 넘겨줬다. 현재 검찰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으니 법원은 검찰에 자료 제출 명령하고, 이를 확인한 후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수원구치소는 지난 7일 법원의 사실조회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과 방 전 부회장,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출정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이유는 이들의 출정기록이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수원구치소는 이 전 부지사의 출정기록은 제출했다.
'출정기록' 확인의 의미
그렇다면 이 전 부지사 측은 김 전 회장과 방 전 부회장의 출정기록을 왜 법정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13일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구치로소로부터 확보한 기록을 바탕으로 2022년 9월 28일(구속 시점)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출정 상황을 SNS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해당 기간 총 63회 출정하여 약 386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회유가 극에 달했던 작년 5월과 6월에 하루 5시간 이상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조서가 많지 않은 이유는 쌍방울과 검찰, 변호사에게 많은 시간을 회유와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또다른 회유 압박의 당사자인 전관변호사에 대해서도 "전관변호사를 만나는 날(23년 6월 19일, 29일)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검찰과 전관변호사가 날을 정해 검찰에서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주장했다.
바꿔 말하면 이화영-김성태-방용철의 출정기록만 공개되면 상호 교차와 확인을 통해 수원지검에서 검사와 김 전 회장, 전관변호사 등의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이 전 부지사 측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수원구치소가 현재 개인정보를 이유로 김성태-방용철 두 사람의 출정기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니 6월 7일 선고 전 변론재개를 통해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자는 주장이다.
다만 대북송금 혐의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의 변론까지 종결된 상황에서 법원이 이 전 부지사 측의 변론재개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민주당 "김성태 솜방망이 구형"... 검찰 "터무니없는 음해"
한편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전날 진행된 김성태 전 회장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해 3년 6개월을 구형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주적인 북한에 미화 800만 달러를 제공한 김 전 회장에겐 솜방망이 구형을 하고 검찰의 진술조작 범죄의혹을 폭로한 이 전 부지사에겐 4배의 형량인 15년을 구형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주적에 천문학적인 금전을 제공한 당사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대한민국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이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상식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해서 수원지검 검사들이 행한 각종 사건조작 의혹에 대해서 철저히 규명해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의 위법행위를 단죄하겠다"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13일 이번 사안에 대해 22대 국회가 열리면 특검을 발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즉각 반응했다. 검찰 역시 입장문을 내고 "터무니없는 음해"라면서 "오는 6월 선고 예정인 이화영 사건과 쟁점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는 분리해 선고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부 결정에 따라 우선 뇌물공여·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해 징역 2년,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형 경위를 왜곡하고 법률과 양형기준에 따른 정상적인 구형을 뒷거래 의혹 운운하며 음해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부당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14일 김 전 회장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성태의 범행 내용은 중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뉘우치고 대북송금 관련 증거를 임의제출하고 여죄를 스스로 진술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면서 김 전 회장에게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지난달 8일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게 구형한 15년과 비교하면 비슷한 혐의로 기소돼 공범관계인 것을 감안해도 무려 11년 6개월 이상 차이가 나는 구형이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선고를 7월 12일 오후에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