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 간부 인사 시행 첫날인 16일, 전국 검찰청 곳곳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첫 출근한 '친윤' 이창수 신임 검사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을 향한 우려를 해명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과천 청사 출근길에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는데,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이날 오찬 자리에서 우회적으로나마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를 이끌었던 송경호 검사장과 김창진 1차장검사는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을 만난 뒤, 부산(부산고검 검사장)과 충북 진천(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향했다.
이날 이들이 했던 말들을 보면 각자 입장에 따른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출근길 ①] 박성재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의견 다 받아들여만 하나"
박성재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이번 인사를 둘러싼 비판에 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인사 연기를 요청한 검찰총장과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두고 "검찰총장과는 협의를 다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시기를 언제 해달라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면 그 내용대로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는 건가. 그렇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이원석 검찰총장 입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이번 인사 발표 이튿날인 지난 14일 취재진이 검찰총장과 조율된 인사인지 묻자, 7초 동안 침묵한 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번 인사는 김건희 여사 수사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인사를 함으로써 그 수사가 끝이 났나? 아니지 않나.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실이 이번 인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두고 "그건 장관을 너무 무시하는 말씀 아닌가"라며 "장관이 인사 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을 만들어서 하는 거지, 대통령실 누가 다 하셨죠?"라고 반문했다.
[출근길 ②]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내가) 친윤 검사? 동의 할 수 없다"
23년 전 초임 검사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부임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6일 화려하고 복귀했다. 검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검찰 최고 요직 중 한 자리를 맡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첫 출근길에 웃음기 없는 긴장된 얼굴로 서울중앙지검에 발을 들여놓았다. 윤석열 정부가 김건희 여사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표적 친윤 검사인 이창수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 아니냐는 비판이 큰 상황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친윤 검사라는 표현을 두고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에 대해서 제가 동의할 수 없다"라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두고 "인사와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제대로 잘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 소환조사 여부에는 "제가 업무를 빨리 파악해서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들을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김 여사 소환? 이창수 신임 중앙지검장 "충분한 조치 취할 것" https://omn.kr/28ot3 )
[인사 난 39명 전원 오찬] 이원석 검찰총장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다"
'7초 침묵'으로 불만을 표현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에둘러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자리를 옮긴 검사장 39명으로부터 보직변경 인사를 받고 오찬을 같이 했다. 이 총장의 발언 요지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게시됐다.
이에 따르면, 이원석 총장은 "전국 검찰청의 검사장으로 보임하는 여러분에게 축하를 드리면서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게끔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며, 오로지 증거에 따라 진실을 찾고 법리에 따라 결정하면 바로 법률가로서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것이며 국민이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고통의 바다에 뛰어들게 되며, 사람이 걸어가는 인생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면서 "인생에서 쉬운 일은 하나도 없지만, 매순간 고난과 역경의 가시밭길 사이에서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워내는 뜻깊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니 자긍심을 잊지 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찬 이후 취임사] 이창수 "죄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하면 된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 취임사를 통해 다시 한번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재차 자신을 향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을 내놓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결국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검찰이 해야만 하는 일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증거와 법리'를 기초로 사안의 실체와 경중에 맞게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열심히 수사해서 죄가 있으면 있다 하고, 죄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면서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기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이창수 중앙지검장 "죄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하면 된다" https://omn.kr/28p2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