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애(親喝)*하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님. 지난번 20대 청년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 못다한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장관님의 관점에 감히 말을 얹어보려 합니다. 불편하실테지만, 불편하시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편지①:
'덜렁덜렁'해서 당했다? 이 치밀한 사기 각본을 보세요 https://omn.kr/28p5g).
우선 장관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공교육에서 부동산 관련된 교육을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전세가 무엇인지, 월세는 무엇인지, 전세와 월세와 반전세 등등등 몰아치는 이 수 많은 단어들을 사회적 차원의 공교육에서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계약서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고, 어떤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해야하는지를 배우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없으실 것입니다. 왜냐면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사회시간에 등기부등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말했던 저당권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으나 등기부등본은 막상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용 자료이며 확정일자를 받은 날의 허점을 이용해 법적으로 사기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도,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의 부동산은 마치 구전동화와 같이, 동네 원로님이 동네에 일이 생기면 지혜를 나누어 조언을 해 주듯이, 그렇게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집은 생필품과도 같은 것임에도, 누군가는 대여의 개념으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떠안고 살아야합니다. 그것도 거금을 들여서 말이죠. 사회의 초석이 될 수 있었던 돈이었을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에겐 전재산이었을지도 모르는 돈입니다. 저도 20대 후반에 큰 빚을 갖게 되었습니다. 꽤나 부담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한 거금을 들여야 하는 '부동산' '계약'에 대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너의 경우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막을 수 있는 사기는 아니었지 않느냐 하실 수 있을테지만, 제가 '알고있는 상태'에서 사기를 당한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사기를 당한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차이를 가집니다.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선택의 폭이 달라지니 말입니다.
계약서를 또 읽고, 또 읽고... 은행마다 말 다르고
경매에 관한 서류가 집에 도착하고 전세사기임을 알고 난 후부터 계약서를 다시 읽으며, 참 많은 것을 혼자 알아보고 깨우쳤습니다. 이때도 정부는 알려주는 것이 없었습니다. 임차권등기를 신청해야 하는 것도 제 주위에 있던 '동네 원로님'께서 알려주셔서 알았습니다. 제가 계약을 진행하면서부터, 전세사기를 당하고 해결하는데까지 공교육이나 사회적인 교육적 시스템 안에서 도움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다 저희가 공부해가면서 진행했습니다.
가끔은 서러웠습니다. 피해자도 나인데, 공부하는 것도 저였습니다. 뭔가 하나를 하려고 하면 다시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몇 번이나 서류를 뒤적이게 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미 닳을만큼 읽은 계약서를 다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또 공부하고, 물어보고, 제 주위의 '원로님'을 홀로 찾아다녔습니다. 여기서 저에게 영향을 미친 공권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은행마다 '대출이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말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끼리 서로 알음알음 어디서 되더라, 어딘 안 되더라 이런 정보를 주고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대출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출을 임의로 최소 한달 연장해야 합니다. 이것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많은 피해자 분들과 저도 적잖히 당황했습니다.
정부지원 대출을 받는 것이 좋은지, 공공임대를 하는 것이 좋은지, 파산하는 것이 좋은지 저는 아직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최우선변제금은 어떻게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부를 해도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이것이 현재 정부 구제방안의 허점입니다. 구제안을 많이 만들어놓은 것 같은데,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또 막상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공부하고, 상담하고 알아봤는데도요.
부동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장관님의 말씀대로 '임대업을 많이 내놓은 사람', '리스크가 큰 사람'을 공개한다고 한들 만약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부동산에 대해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재 사회에서 임대를 많이 내놓은 사람이 왜 문제인지, 어떤 사람이 리스크가 큰 사람인지 어떻게 압니까? 지난번에 말했듯 이 정책은 몇 명만 모여도 쉽게 파훼될 봉안책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입니다만, 저는 교육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해당 정책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더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물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피해자들이 설령 '덜렁대며' 계약을 했다 해도 사회에 그 문제가 아주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은 사회가 감히 저희에게 '덜렁대며' 계약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단언컨데, 저희에게 '덜렁거려서', '부주의해서' 라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알려주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며, 알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압니까. 이번 전세사기 피해는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것을 넘어, 부동산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취약계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사회적인 교육망이, 복지망이 얼마나 편향적이며 부족한지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장관님께서는 피해자들에게 '덜렁댔다'는 표현으로 또 다른 상처를 주신 것입니다. 국가와 정부는 부동산을 잘 모르는 국민도 사기를 당하지 않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계속해서 취약계층들이 계약 상황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저는 요즘 아직도 본인이 전세사기 피해자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본인이 전세사기 피해자임에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립되어있을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자꾸 발굴하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더욱 자세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물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관리시스템이 있지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반대하고 계시는 전세사기피해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주택도시기금 저축자의 대결구도를 만들지 마시고, 기금 사용이 안 된다면 다른 예산이라도 대안을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LH를 통한 공공임대주택전환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는 말씀도 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장관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타 정부기관과 연계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하여 부동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점을 확인해야하는지, 어떤 문제점들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교육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제도에 대한 명확하고 정확한 안내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각 피해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원제도를 찾아갈 수 있도록 창구를 확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지원제도에 대해 간소화가 가능한 지점은 간소화하고 서로 협력이 가능한 선에서는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도록 협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을 통해 피해자에게 우선적 지원을 시도해주세요.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존경(存更)**하는 박상우 장관님, 제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알음알음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던 많은 정보들이 전세사기 한 번으로 모두 들이닥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현재의 상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은 이러한 문제들에 외면하지 말고, 국가로서 정부로서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주시길 바랍니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부던히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 글을 마치고 다시 공부하러 갑니다. 어떤 지원 정책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저에게 괜찮고 적절한 구제방안일지,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인지 하나 하나 다시 공부하러 갑니다.
지난 1일 또 다른 전세피해자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벌써 여덟 번째 이별입니다. 더 이상은 이러한 고립과 어둠 속에서 혼자 공부하고 헤엄치며 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정부에서 더욱 발벗고 나서주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존경은 存更으로, 있을 존, 고칠 경자를 사용하였습니다.
** 친애는 親喝로, 친할 친, 목멜 애자를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