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전두환공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
경남 합천의 전두환(1931~2021)씨 고향 사람들이 5‧18민중항쟁 44주년을 맞아 광주를 찾으면서 이같이 호소했다.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7일 오후 광주 방문에 앞서 합천에 모여 이같이 외쳤다. 이들 30여명은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 망월동을 찾아 참배하고, 18일 열리는 제4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돌아온다.
합천 사람들이 단체로 광주를 찾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전두환씨 아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에 반대해 모임이 결성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 한 차례 단체로 망월동을 찾은 적이 있다.
이창선 합천군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2000년대 초반에 단체로 망월동을 참배하고, 전두환씨 고향 사람들로서 사죄를 했던 적이 있다. 이번이 두번째 단체 방문이다. 합천 출신도 있고 귀촌한 사람들도 있으며, 모두 현재 합천에 거주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두환씨 아호가 붙여진 공원 이름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으로 광주를 찾는다"라며 "돌아와서 더 힘차게 공원 명칭 바꾸기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두환 공원 세운지 17년... 이대로 두어도 괜찮나"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광주 방문에 맞춰 낸 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님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께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거부권 행사를 잘 하십니다. 전두환 공원에도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께선 법률적 근거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전두환 공원이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지명표준화 편람의 지명제정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였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합천에는 전두환의 호, 일해를 따서 만든 공원이 있습니다. 전두환 친필로 자신의 호를 큰 바윗돌에 오월 정신을 조롱하듯 새겨 놓았습니다"라며 "전두환 공원을 세우고 세월이 17년이나 흘렀는데도 그 자리 그 이름 그대로 서 있습니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오월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는 여야 의원님들, 헌법 전문에 넣는 폼나는 일 하기 전에 전두환이 싸질러 놓은 오물 같은 공원부터 걷어치우는 일이 먼저 해야 될 일 아닙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당 소속의 단체장이 만들어 놓은 전두환 공원, 언제까지 팔짱 끼고 쳐다만 보실 것입니까. 광주의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 오월 광주가 타 지역에서 무참히 짓밟히는데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실 겁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오월정신을 계승하려는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나서주십시오"라며 "80년 광주는 홀로 외로웠습니다. 2024년 5월 합천은 외롭습니다. 17년째 싸움에 많이 지치고 힘에 부칩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삼천리 방방곡곡 어느 곳에서도 무도한 자를 떠받드는 일이 없게 하고 오월정신이 꽃 피기를 소망하는 모든 시민에게 호소드립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합천군은 경남도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황강 옆에 옛 새천년생명의숲을 조성했고, 심의조 전 합천군수 때인 2007년 전두환씨의 아호를 따서 '일해(日海)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또 2008년 전두환씨의 친필을 새긴 바윗돌이 세워놓았다.
합천 사람들은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광주 시민들이 계엄 확대 등에 반대해 1980년 5월 18일 시위를 벌이자 공수부대를 동원해 시민들을 학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