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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통합문화센터 개관 4주년 기념 '2024통합문화포럼'에 참석한 전문가와 발표자들
남북통합문화센터 개관 4주년 기념 '2024통합문화포럼'에 참석한 전문가와 발표자들 ⓒ 이혁진
 
"앞으로 회령도자기를 포함해 남북도예가들이 지방의 고유 도예기법을 발굴, 보전, 융합 발전시키면 문화통합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이상철(63) 도예작가가 17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개관 4주년을 기념해 열린 '통합문화포럼'에서 탈북문화예술인 사례발표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회령도기의 맥을 잇고 이것이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북한 회령 도자기 전통을 살리고자 탈북
    
남북통합문화센터는 개관 4주년을 맞아 '남북통합의 새로운 창, 문화예술로 열다'라는 주제로 '2024 통합문화포럼'을 개최하고 다양한 주제와 사례를 공유했다.
 
 이상철 도예작가
이상철 도예작가 ⓒ 이혁진
 
이상철 작가는 북에서 세계 유일한 4년제 도자기 전문대학인 '경성도자기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회령도자기 공장에서 25년을 근무했다. 그러나 도자기 생업은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생활고를 이기려고 몇 번의 탈북을 시도하다 북송을 겪기도 했다. 김일성 부자에게 도자기와 조각품을 선물한 덕에 요행으로 풀려났다.
     
누군가의 권유로 김일성 부자 반신상(흉상)을 몰래 제작하다 들켜 1년 동안 생활총화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때 죽을 고비를 맞아 도자기 생활을 잠시 포기했다. 그러다 도자기의 꿈이 다시 일어 중국에 갔다가 브로커를 통해 탈출을 감행했다. 드디어 그는 2004년 큰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이 작가는 탈출하기 전 도예가 증명서인 대학졸업장과 자신이 쓰던 조각기구, 도자기 유약 기술과 조선시대 공예기술 관련도서 등 전문가를 입증하는 필수품들을 미리 챙겼다.
     
그러나 하나원을 수료하고 남한 정착은 쉽지 않았다. 여기서도 당장 먹고사는 것이 급했다. 기술자로서 도자기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탈북 이후 20년 동안 어쩔 수 없이 막노동과 식당 일을 해야 했지만 자신의 꿈을 버린 적은 하루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염원이 통했는지 갑자기 '기적'이 찾아왔다. 2023년 5월 양구백자박물관의 통일백자사업을 통해 도예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무뎌진 손재주를 담금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남북합토를 구상하는 통일백자사업은 그가 평소 꿈꿔온 작업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마침내 양구백자박물관에서 '통일염원' 도예전을 개막하고 이후 분당 지구촌교회 갤러리, 인천 교동도 도예전 등 한해에 세 번이나 전시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록을 경험했다"며 회고했다.
     
이 작가는 해외 전시도 꿈꾸고 있다. 그는 "북에 있을 때 회령도자기에 특히 관심을 보였던 일본에서 도예전을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도예작업을 병행하면서 생계를 꾸리는데 여유가 없지만 도예가로서 성공한다면 남북협력기금에 얼마간 기부하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규민 영화감독
김규민 영화감독 ⓒ 이혁진
      
'북한인권'을 알리는 영화의 힘, 한류문화콘텐츠 가능성 커
    
이어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사례발표한 김규민(50) 탈북민 영화감독도 주목받았다. 황해남도 봉산군 출신인 김 감독은 국내에서 <크로싱>, <국제시장>, <타짜>, <포화 속으로> 등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은 <겨울나비>(2011), <사랑의 선물>(2019)이 대표적이다. 현재 <통일 오라>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죽어도 또 보고 싶은 영화'가 문화콘텐츠의 힘이라 강조했다. 영화가 뇌리에 각인돼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북한가족의 슬픔을 다룬 <사랑의 선물> 미국 시사회에서도 영화의 힘을 재삼 발견했다. 그는 "한국어 자막의 영화를 본 한 미국인이 말로만 듣던 북한인권의 실상을 처음 접했다면서 눈물 흘리던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른바 'K컬처'가 북한주민의 의식과 삶을 바꾸어 놓자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김 감독은 "그럼에도 북한에서는 지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죽음을 무릅쓰고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편 2020년 개관한 남북통합문화센터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한때 활동이 위축됐지만 2022년부터 정상 운영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센터는 통합문화 체험 및 행사, 탈북민 심리 및 언어 지원, 남북청소년 문화교류, 통합문화콘텐츠 개발보급, 남북봉사활동 지원, 평화통일도서관 운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 방문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만7210명이 센터를 방문해 이중 2만 4559명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기서 프로그램 참여 탈북민은 국내 탈북민 3만4천명의 25% 수준인 8508명에 달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와 참석자들은 현재 남북의 냉랭한 상황으로 대안적 통일담론이 거의 없는 것에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남북통합은 상호문화 교류와 소통에 있으며 특히 탈북민의 삶과 인권에 대한 국내외 지속적인 관심이 평화통일의 바탕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남북통합문화센터#2024통합문화포럼#이상철도예작가#김규민영화감독#회령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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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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