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이 2년 연속 하락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시작을 하루 앞두고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을 알리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는 2022년 -0.2%, 2023년 -1.1%로 2년 연속 실질임금 하락했고, 올해 역시 실질임금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도 정부나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같은 반노동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5월 16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최저임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라면서 "이는 그동안 헌법과 최저임금법이 마지노선으로 보장하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도 정부가 방치하며 보호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정부는 윤석열 정권의 '주69시간제'를 설계했던 권순원 교수(숙명여대 경영학과)를 비롯해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공익위원을 인선했다"라면서 "이들이 그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들러리로 그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것이 예상되기에 올해는 어느 해보다 (위원회) 심의장 안팎에서 공동대응으로 맞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도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그간 경영계는 영세 기업 등이 '최저임금 지불 능력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작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찬성 11표, 반대 15표(무기명 투표)로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 3월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국내 가사도우미 임금이 홍콩이나 대만에 비해 4배 이상이라면서 돌봄서비스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주장을 내놓자 경영계도 동조하고 나섰다.
최순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이미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탓에 일할 사람이 없는 돌봄 관련 업종에 최저임금마저 업종별로 차등 적용이 된다면 일할 사람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업종별 차등 적용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서 생활에 안정과 질적 향상을 꾀하는 최저임금의 원래 목적에도 어긋난다"라며 "이미 여성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닌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기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 지형이 변하고 있기에 최저임금법을 확대 적용해 한국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오는 6월 3일 11시 국회 본청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철폐를 외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