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미국 국영매체는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국영매체 <미국의소리(VOA)>는 "어플 '라인' 갈등으로 시험대에 오른 한일 관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VOA는 "한국 정치인들이 일본의 디지털 생활을 지배하게 된 종합 소셜 미디어 어플인 '라인'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한국 기업에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고 일본을 비난하면서 취약한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경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라인에 대해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이 도쿄에 설립한 합작회사인 '라인야후'가 운영하는 어플로 처음에는 메시지 어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청구서 결제부터 동영상 공유까지 모든 용도로 사용된다"며 "일본 당국은 라인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은 후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력 가중돼고 있어"
VOA는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분석가들은 일본 재계에서 이러한 '행정적 지침'이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일본 관료들은 정보 보안 우려에 따른 조치라고 말하지만, 한국의 정치인과 논평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최소한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한 간섭이며 최악의 경우 한국의 디지털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며 양국의 상반된 시각을 소개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의 과거 식민 통치국이었던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왔고 지난달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윤 대통령은 북한과 같은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야당은 일본이 식민지기 보상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너무 유화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OA는 야당 정치인들의 비판도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유명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를 윤 대통령의 '굴복 외교'의 또 다른 사례로 규정하고 일본과의 아픈 역사와 연결해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토 히로부미 손자가 사이버 영토 침탈"이라는 문구를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독도를 방문해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 숭일 정권"이라고 비판한 점을 언급했다.
VOA는 조 대표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양국 정부 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며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조 대표의 독도 방문을 놓고 설전을 벌인 점 또한 덧붙였다.
이어 VOA는 "대통령실은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국익을 해치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개탄했다"며 주한 일본 대사관이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 균열, 극에 달하고 있다"
한편 VOA는 "이번 분쟁은 이달 말 한국, 일본, 중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3국 정상 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며 "한일 갈등은 한국, 일본, 미국 간의 협력 확대를 비판해 온 중국에 적절한 타이밍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로버트슨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외교학 교수는 VOA에 "중국이 미국을 배제한 채 한국, 일본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중국이 한일 관계의 균열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균열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지금 거의 극에 달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제프리 홀 간다국제대학 일본학 교수는 VOA는 "일본에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독도를 방문하지만 않았다면 많은 뉴스 매체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홀 교수는 "라인야후 사태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발생한 라인의 사용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은 일본에서 큰 뉴스로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윤 대통령이 일본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으나 한국 내 일본에 비판적인 세력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일본은 (한국에서) 야당이 다음 대선에 승리할 경우 일어날 일들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