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길이 보인다."
대학 입시와 관련하여 제1의 경험법칙(rule of thumb)으로 통하는 명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역인재 전형은 또 뭐지?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더 좋고 특히 수학을 아주 잘하는데 논술전형에 도전해 봐야 하나? 담임교사도 이런 질문에 답해줄 수 있지만, 더 깊이 알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내 아이가 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일까?'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질문인데, 사설 컨설팅을 받으려면 적잖은 돈을 내야 하므로 학부모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대입 상담 프로그램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신청하려고 누리집에 접속하거나 앱을 설치해 클릭해 보면 이미 마감된 경우가 허다하다.
너무 높은 전문가 진학 상담의 문턱
학생의 입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고3 담임교사는 "아이들이 예상 밖으로 대입 정보에 너무 어두워 대전교육청 진로진학센터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라고 안내했는데, 토요일 오전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들었다. 주중 야간 시간대 상담을 개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5월 하순 현재 7대 광역시 교육청의 대입 상담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해당 교육청 누리집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담당자와 직접 통화하여 확인하였다. 각 시도교육청은 산하에 진학 관련 센터를 설치하여 주로 '대입지원단' 소속 교사들이 진학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방문 상담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비교했더니 교육청별 격차가 상당히 컸다.
서울을 포함하여 7대 광역시 교육청 중, 고등학생은 대체로 하교 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평일 야간 시간대에 진학 상담을 하는 곳은 인천, 대구, 울산, 부산 등 네 곳이었다. 서울과 대전, 광주는 평일 6시 이후에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없었다. 자녀를 동반하지 않고 학부모만 방문 상담을 받거나 토요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고, 그게 아니면 도서관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스템 개선하여 상담 기회 넓혀야
문제는 토요일 상담 서비스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미리 알고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서울은 토요일 상담 자체가 없고, 대전은 매달 1회 3주차 토요일 오전에만 방문 상담이 가능하다. '대전교육알리미' 앱을 설치해 예약 현황을 들여다보니, 이미 올해 대입 상담은 모두 마감되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너무 적어 평일 야간 시간대나 토요일 전일제 상담을 운영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대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대전은 진로․진학센터 이외에도 자치구별로 도서관이나 위캔센터 등에서 격주 1회 토요일 오전에 진학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면 내년에 진로교육원이 개원하는 만큼, 상담 기회를 더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주 3회 평일 야간 시간대뿐만 아니라, 매주 토요일 오전 9~12시에 대입 상담 문호를 개방한다. 대구교육청은 토요일 오전 상담 프로그램을 월 2회 운영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소그룹 특강도 열고 있다. 대전과 도시 규모가 비슷한 광주는 평일 야간 상담은 없지만, 월 1회 토요일 상담을 전일제로 운영하여 기회의 폭을 넓혔다.
물론 각 시도교육청은 대입 정보 박람회를 여는 한편, 여름방학을 이용한 수시모집 집중 상담을 진행하는 등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여건인데도 양적 측면에서 대입 상담이 시도별로 큰 격차를 보이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드는 일이 아니다. 대입지원단 소속 교사는 40~50분 1회 상담 수당으로 4~5만원을 받는다. 교육청이 일과가 끝난 후에 겨우 시간을 낼 수 있는 고교 재학생, 특히 고액의 컨설팅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상담 기회를 넓혀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