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타인의 건강보험 자격을 도용하는 상황을 방지해 건강보험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취지이다.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이제 병, 의원에선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통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본인 확인을 해야만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 확인을 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평소보다 몇 배 더 많은 진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은 14일 이내로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을 지참해 병원에 방문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모바일 발급을 어려워 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서울 양천구 한 의원의 간호사 박아무개씨는 "어르신분들이 진료를 많이 보러 오시는데 신분증을 안 가져오셨을 때, 앱을 통해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표하셨다"며 "여유로울 때는 저희가 해드리면 되는데 바쁜 상황에는 도와드리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이 제도에는 허점들이 보인다. 특히 모바일 건강보험증에 본인의 개인정보만 적혀있을 뿐 사진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본인확인이 어렵다. 박 간호사는 "부착되어 있는 큐알코드를 타고 들어가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실행하였는데 정작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사진이 없고 여러 기기에 설치 가능해 정책을 시행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험증을 발급받으려면 인증번호로 자신임을 인증해야 한다. 하지만 인증번호를 다른 핸드폰에서 공유 받으면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결국 여러 기기에 동시에 설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제도에 대한 안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간호사는 "시행되기 몇 주 전부터 병원 내외에 공고지를 붙여놓았지만 환자분들이 잘 안 보신다. 국가에서 이 제도에 대한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충분치 않은 홍보로 환자들은 병원에 방문해 신분증 의무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많다. 경기도 일산 덕양구 이비인후과에 두 달 만에 방문한 심아무개(20)씨도 "신분증이 의무화된 줄 몰랐다"며 "접수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용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 명의의 휴대폰에만 설치되도록 보완하겠다"며 "앞으로 의심 사례를 더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TV, 유튜브, 기차역, 버스정류장 등을 활용해 홍보를 확대하고, 제도의 원활한 안착을 위해 공단 고객센터 상담원을 통한 지원을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