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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중인 세종보의 모습
공사 중인 세종보의 모습 ⓒ 이경호
 
새들이 날아들지 않는 강에선 사람도 살 수 없다. 죽은 강이라는 명백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그깟 새 한 마리 때문에 개발을 막냐"라는 비난을 수도 없이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이 길을 택한 까닭은 새를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보가 재가동되면 수몰될 천막농성장을 친 지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전국에서 지지와 성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시민들, 전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 정치인들, 종교인들, 노조 활동가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남녀노소, 계층 불문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방명록에 남긴 글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스타가 된 흰목물떼새

간식을 싸오고 집밥을 가져오고, '오늘은 내가 농성장을 밤새 지킬테니 활동가들은 들어가서 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맙고 반갑다. 처음 농성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활동가들의 안부 다음으로 묻는 질문은 '새알'의 안녕이다. 농성장 물길 맞은편 자갈밭에 번식하고 있는 흰목물떼새는 스타가 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흰목물떼새는 올해 1차 번식에 실패했다. 대청호 방류와 밤새 내린 빗속에 자갈밭이 물에 잠기면서 번식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둥지를 만들고 2차 번식에 들어간다.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 이경호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알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알 ⓒ 이경호
 
오다가다 농성장을 방문해 잠깐 머물면서 확인한 새의 종류는 30여종에 이른다. 이중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은 새매, 참매, 흰목물떼새, 새호리기 등 4종이다. 전체적으로 개체수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30쌍 이상의 새들이 농성장 반경 500미터 사이에서 번식하거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번식을 마친 새들도 있고 번식을 준비하는 새들도 있다.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으면서 만날 수 있는 새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흰목물떼새와 더불어 번식을 하며 천막을 지켜주는 수호신은 박새이다. 14.5cm 작은 새는 한두리대교 교각의 구멍에 번식을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먹이를 나르며 새끼를 키우는 중이다. 

농성장을 찾은 사람들 때문에 불편할 텐데 먹이를 나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미안하다. 하지만 조만간 새끼들이 이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소를 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탐조를 오래한 사람들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30여 종의 새들이 찾아드는 천막농성장

천막농성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새는 검은등할미새이다. 이 새는 이미 번식을 마치고 새끼와 어미가 함께 야생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번식에서 깨어난 새들은 아직 검은 빛을 완전히 띠지 않고 회색빛으로 남아 있다. 농성장 주변에서 확인되는 검은등할미새는 8개체 이상이다. 농성장 주변 돌틈 어딘가에 번식했을 텐데 번식하는 모습을 찾지는 못했다. 
 
 올해 번식한 어린 검은등할미새
올해 번식한 어린 검은등할미새 ⓒ 이경호
 
놀랍게도 농성장 주변에서는 다양한 도요새를 만날 수 있다. 깝짝도요와 삑삑도요는 1년 내내 하천에서 볼 수 있다. 농성장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두 종을 확인할 수 있다. 종종거리며 꼬리를 까딱거리는 깝짝도요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한두리대교 인근 모래톱에는 이동 중인 알락도요와 흑꼬리도요도 보인다. 그리고 번식을 하고 있는 꼬마물떼새도 볼 수 있다. 
 
 깝짝도요의 모습
깝짝도요의 모습 ⓒ 이경호
 
흰목물떼새는 자갈밭을 선호하는 반면 꼬마물떼새는 모래톱이나 모래섬을 선호한다. 흰목물떼새와 마찬가지로 농성장 맞은편 모래톱에 번식한 모습을 확인했다. 보호종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받는 종이 세종보와 공주보가 개방된 이후 형성된 모래톱에 가장 먼저 번식하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희망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세종보 상류에는 수 십 개체의 꼬마물떼새가 번식한다.

흰뺨검둥오리, 물총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알락할미새...

어디 이뿐인가. 흰뺨검둥오리와 가마우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종은 흰뺨검둥오리다. 가마우지는 이동하고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천연기념물 327호인 원앙도 만날 수 있다. 북상하지 않고 번식을 준비하는 청둥오리 한 쌍도 눈에 띈다. 아직까지 북상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인근에 번식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오면 이렇게 다양한 수금류를 만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
흰뺨검둥오리 ⓒ 이경호
 
천막농성장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물총새가 삐~ 소리를 내며 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농성장 옆 작은 웅덩이 풀 위에 앉은 물총새도 만난다. 아름다운 코발트 빛과 주황색의 배로 화려한 외형을 가진 물총새는 정지 비행을 하며 사냥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물고기를 잡아 기절시켜 먹는데, 주변에 흙으로 된 사면이 있어야 번식이 가능한 종이다. 작은 흙 절벽에 구멍을 뚫어 번식하기 때문이다. 인공이 가득한 곳에는 번식이 불가능하다. 세종보에 물을 채워 흑사면이 사라지면 물총새 역시 이곳에서 사라진다. 

이외에 큰부리까마귀, 까치,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 알락할미새, 꾀꼬리, 꿩, 노랑턱멧새 쇠박새,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황조롱이, 참매, 새매, 새호리기 등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천막농성장 주변은 '새들의 천국'이다. 

세종보를 4m 높이로 막을 경우 수몰되는 곳의 면적은 이곳 농성장을 포함해 대략 300만 평방미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장 면적의 420배이다. 이 공간에 둥지를 튼 새는 최소 100여쌍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낳는 알의 수는 400여 개. 어디 이뿐인가. 수달과 삵, 미호종개,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의 땅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생태축은 항상 이어져있다. 한 곳에 타격을 주면 주변으로 일파만파 그 파장이 확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가령 세종보에 물을 채우면, 이곳에서 불과 1km 이내에 있는 또 다른 새들의 천국 '장남들'에도 영향을 준다. 

매년 겨울 이곳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총 159종이다.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큰기러기, 흑두루미, 흰꼬리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33종에 이른다. 세종보 담수로 장남평야에도 영향이 있었다. 오히려 종수가 감소하고 있다. 담수 이후 사라졌던 큰고니가 개장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재 약 60여 개체가 월동한다. 세종보의 담수가 다시 진행된다면 세종의 겨울 진객인 큰고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환경부의 책임방기
 
 비행 중인 제비의 모습
비행 중인 제비의 모습 ⓒ 이경호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지정해 많은 동식물들을 보호하는 이유는 야생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함으로써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환경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환경 수장으로 이를 보호해야할 책무가 있다. 이런 업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정상적 보 가동'이라는 말만 되뇌이며 야생생물들을 죽이거나 내쫓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세종시가 추진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즉 파리만 날릴 오리배 몇 개 띄우려고 오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멸종위기종을 내쫓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새들도 찾지 않는 강은 강이 아니다. 고인 물은 썩는 게 순리이다. 썩은 물을 가득 채워놓고 수심이 깊다면서 '접근금지' 팻말을 박아놓은 강에 사람이 찾아올 리 없다. 이렇게 인간이 향유할 수 없도록 죽은 강을 만드는 것은 미래세대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세종보 재담수를 막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4대강 16개 보에 가로막혀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첫 걸음이자 녹색순례이다.    

이 아름다운 행렬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시기를 요청한다. 이곳에 오면 오만가지 새를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시민들이 방문해 탐조하면서 농성장에 대한 응원과 지지도 함께 나눠 주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를 닫으려 하지만, 농성장은 늘 열려 있다. 흐르는 금강에서 새들이 자유롭게 노래하고 있다. 

#세종보#공주보#담수중단#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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