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강릉에 오면 이 집을 꼭 들러야 합니다."
왜냐고 물었다.
"이런 가격에 이렇게 흐뭇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습니다."
장칼국수 3,000원짜리 얘기다.
강릉시 성남동의 이 칼국수집은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으로 유명하다. 물가 상승으로 대부분 음식값이 1만 원을 훌쩍 넘겨 한 끼 먹기도 부담스럽지만 이곳 장칼국수는 단돈 3000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만 원이면 3명이서 한끼를 채울 수 있다.
25일 오후 3시 가게 앞에는 칼국수를 먹기 위해 손님들로 가득했다. 주로 젊은층이다. 주말이면 입소문과 SNS를 통해 전국에서 몰려든다. 시장 상인들과 강릉시민들은 평일에 많이 이용한다.
장칼국수는 고추장, 된장 등 소위 '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 영동 지방의 향토 칼국수다. 직접 손으로 빚은 칼국수에 장을 풀고 호박, 파, 감자, 김가루를 넣어 맛을 낸다.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는 매콤한 국물과 어울려 오묘한 맛을 더해준다. 양도 넉넉하다. 큰 대접으로 가득하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평렬(36)씨는 "강릉에 오면 꼭 들르는 집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맛이 떨어지는 게 아니고 맛이 더 좋습니다. 거기에 깍두기와 김치는 칼국수의 맛을 한결 돋워 줍니다" 하고 찾아오는 이유를 말한다.
또 다른 젊은이 이주한(25)씨는 "긴 줄을 기다리다 칼국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시기에 3천 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가까운 곳에 있으면 매일 와서 먹고 싶습니다" 하고 흐뭇해한다.
강릉 성남시장에 위치한 이 가게는 불경기와 재료비 상승 속에서도 20년째 칼국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올리지 않겠다는 게 주인 아주머니의 약속이다. "다들 어려운데 같이 살아야지요, 물가가 자꾸 올라 걱정은 되지만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즐겁습니다" 하고 애써 위로한다.
이곳은 흔히 붙어있는 '착한 가게'라는 표찰이나 입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알아준다 해서 하는 게 아니고 좋아서 손님들에게 그 정성을 나누어 주고 있다. 큰 대접에 듬뿍 담긴 장칼국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고품을 달래는 것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희망이 되는 가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