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음 국회 넘길 게 아니라 상당히 (논의가) 진척됐고 어느 정도 공감을 이뤘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해야 하거든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기 5일 전, 갑자기 '연금개혁'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연금개혁특위 논의 무산 소식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을 밝힌 뒤 논박이 오갔던 이슈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2대 국회로 (연금개혁 논의를) 넘기고, 임기 안에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금 논쟁에 불이 붙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2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발언부터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을 받겠다" "21대 국회에서 꼭 처리하자"는 말이 나왔다. 연금개혁 논의 한 주제만을 놓고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하자는 제안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성주 연금개혁특위 간사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당을 향해 "(21대 국회 합의 시 연금개혁안을 받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을 받아 오라"는 통첩을 날렸다.
[숫자] 44%와 45%, 그 사이 어딘가
협상 정체의 원인은 '숫자'다. 연금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두 가지 수치에 같은 뜻을 이뤄야 하는데, 연금 보험료율 13%에는 양당이 합의를 이룬 상태다. 문제는 소득대체율이다. 민주당은 정부 측 비공식 제시안인 45%를 받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44%를 제시한 바 있다. 여당은 나아가 45%가 정부안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거짓, 꼼수라는 반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더나아가 '44%에서 45% 사이'라는 협상 구간을 다시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는 2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현재 45%를 제시하고 있지만, 단 1%p 차이를 두고 중대한 문제를 방치하거나 22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민주당은 44%와 45% 사이에 타협할 의사가 명확히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 제시안인 '44%'를 바로 수용하겠다는 건 아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1%p 차이를 크게 보고 있는데, 44%로 타협할 의지가 있는지" 묻는 말에 "협상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44%~45% 그 사이에서 합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시점] 본회의 D-5, 연금개혁 합의처리 민주 "가능" 국힘 "불가능"
겉으로 드러난 갈등 지점은 소득대체율 수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남은 협상 시점이다. ▲ 21대 본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 윤 대통령의 22대 논의 입장 이 두 가지 난점을 타개하고 합의 처리에 이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다만 28일 본회의를 주재할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야가 합의에 이른다면 처리할 뜻을 밝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민주당 소속 김성주 간사는 "여당이 호응해 여야 합의 처리를 하면 24일 특위를 열어 처리할 수도, 안 되면 27일, 아니면 28일 오전에라도 처리하면 (김진표) 의장은 의사일정을 중간에 중단하고 연금개혁법안을 처리한다고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위하는 척, 개혁을 하는 척 하는 위선을 멈춰주시길 바란다"면서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국민 공감 속에서 우선 처리해 나갈 핵심 과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또한 "21대 국회에서 성급히 처리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민주당 "이걸 또 다시?" 국민의힘 "숙의 필요"
막판까지라도 협상을 재개하는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쌓아 온 연금 개혁의 공론화 과정을 앞세운다. 김성주 간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특위 제안은 여당이 제안해 야당이 받고, 전문가 논의와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들었다"면서 "500명 국민숙의단의 판단을 기다려 결과가 나왔고, 어느때보다 질서 있게 갈등없이 (입법논의가) 잘 돼 온 모범사례"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이어 "22대 국회에서 이런 상황이 다시 조성될지 자신하기 어렵다"면서 "특위 구성은 여러 현안에 밀려 시기가 걸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을 모아 다시 같은 토론을 되풀이하고, "국민 중 500명을 뽑아 생중계 하면서 내 놓은 그 결론보다 더 높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다시) 어찌 만드냐"는 우려다. "22대로 넘기자는 것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연금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달리 한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할 수 있다'는 반박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중요한 사안이라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면서 "굉장히 시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2대 국회에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핵심 법안으로 삼고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