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이광형) '과학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라는 대자보'가 붙여진 데 이어 23일 오후 대전 KAIST에 다시 대자보가 내걸렸다.(관련기사 :
카이스트에 붙은 대자보 "걱정없이 연구하는 세상 원해... 투표합시다" https://omn.kr/2809w)
이번 대자보는 국가R&D예산 삭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김연진 'KAIST 학위수여식 R&D 예산 복원 요구 입틀막 강제퇴장에 대한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이하 '입틀막' 대책위) 공동대표(수리과학과 학부 22학번)와 '입틀막' 대책위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들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며 대자보의 서두를 뗐다.
이들은 "지난해 갑자기 이뤄진 R&D 예산 삭감으로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면서 연구과제가 잇따라 중단되고 대학원생의 인건비가 삭감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년도 예산 증액을 반복해서 외치고 있지만, 작년의 졸속, 대규모 삭감이 잘못됐다고는 절대 얘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R&D 개혁의 첫 발을 떼었다'며 자찬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누가 예산 삭감을 주도했는지, 왜 졸속으로 예산을 삭감했는지, 어떻게 예산을 삭감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기한도 어겨가며 R&D 생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들이 무엇을 성취하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법을 어기지는 않았는지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의 연구 환경이 이유도 모른 채 위협당했음을 알리고, 그 이유도 알기 위함이다. 왜 일어났는지 알아야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연구 현장의 주도권을 우리가 스스로 쥐어야 한다"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틀막' 대책위를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2024년 R&D예산 삭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R&D예산의 대규모, 졸속 삭감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이를 정확히 밝혀내고 그 과정과 피해사례를 조사하여 부당히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고 2025년 예산 책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카이스트 학생회관 등 주요 거점에서 'R&D예산 삭감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3일만에 800여 명에 달하는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온라인·오프라인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대자보 전문]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갑자기 이루어진 R&D 예산 삭감으로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연구 과제는 잇따라 중단되고 대학원생의 인건비마저 삭감되었습니다.
정부는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년도 예산 증액을 반복해서 외치고 있지만, 작년의 졸속, 대규모 삭감이 잘못되었다고는 절대 얘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R&D 개혁의 첫 발을 떼었다"며 자찬했습니다. 게다가 증액하겠다던 예산의 실체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작년 R&D 예산 삭감을 명명백백히 파헤치지 않으면 결국 내년도 예산마저 정부의 기만 아래 무참히 도륙당하고 말 것입니다.
"누가" 예산 삭감을 주도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예산을 편성한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R&D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왜" 졸속으로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법정 기한도 어겨가며 R&D 생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들이 무엇을 성취하려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어떻게"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법을 어기지는 않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특정 정당이나 사람을 지지하거나 정치적 이익을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의 연구 환경이 이유도 모른 채 위협당했음을 알리고, 그 이유도 알기 위함입니다. 왜 일어났는지 알아야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연구 현장의 주도권을 우리가 스스로 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