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 1000만 명 시대, 나이 들어 사는 곳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6070 시니어 시민기자들이 알아봤습니다.[편집자말] |
나는 올해 만 나이로 60이 됐다. 주된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자식들도 성장해서 독립하고 나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동시에 노후의 삶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나는 직장 출퇴근의 편리 여부, 자식들의 교육 여건, 생활상의 편의를 고려해 주거지를 결정했다. 자식들과 함께 살았던 집의 규모도 큰 편이라, 우리 부부 두 명만 따로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제는 함께 늙어 가는 배우자, 혹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한 주거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노년을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내 친구나 지인 중에는 농촌 출신들이 많다. 나와 비슷한 연배들은 농업 산업의 비중이 높았던 시대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라 농촌 출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농촌이 고향인 사람들은 항상 마음속에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가 깔려 있다. 도시에 나와 살면서도 언젠가는 어릴 적 추억이 서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 같은 게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자기들 삶의 뿌리이자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노년이 될수록 시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해지게 된다.
그래서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귀향해서 본가를 생활하기 편하게 개조하여 사는 선배나 친구들이 있다. 고향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분도 도시에서 살다가 귀향한 동네 선배이고, 육촌 형님도 부산에서 해운회사에 근무하다가 은퇴하고 본가에 들어가서 형수님과 함께 즐겁게 사신다.
고향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와는 죽마고우 단톡방을 통해 연락하면서 한 번씩 모임을 가진다. 지난번에 친구와 만났을 때, 친구에게 고향 본가에서 사는 기분이 어떤지를 물었다.
"시골에서 사니까 재미있냐? 어떠냐?"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마음이 편해. 다른 사람이나 남의 집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 이런 게 시골 사는 재미지."
"심심하거나 외롭지는 않아?"
"마누라와 밭에서 농사 짓고 동네 형님들과 낚시하러 다니고... 심심한 거는 없지."
친구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정리를 하고, 몇 년 전에 부부가 고향마을의 본가를 깨끗하게 단장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여전히 도시에서 일을 하기에 아직 귀향하지 않았지만, 비어 있는 본가를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소유하는 친구도 있다. 나이가 더 들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살겠다는 거다.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고향마을에서 노년을 살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고향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노년의 쓸쓸함이나 외로움을 달래주기에는 고향만큼 좋은 곳도 없을 듯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병원도 가깝고, 복지관도 근처고"
그런데 노년기에 시골 고향이나 농촌에서 살기를 망설이거나 꺼리는 지인들도 있다. 이미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인간관계가 익숙해 편안해졌기에, 익숙한 생활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지인 형님과 노후에 어디에서 사는 게 좋을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앞으로 어디서 살까 고민인데, 형님은 계속 이대로 살 거예요?"
"나는 여기가 살기 편해서... 그냥 이대로 살까 싶어."
"시골로 내려가서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렇게 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나는 시골로 가면 불편한 게 많아서 살기가 힘들 것 같아. 병원도 자주 가야 되는데 시골살이하면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여기는 병원도 가깝고 시장도 옆에 있고 주위에 복지관도 있어서 좋아. 내가 사는 아파트는 소형이라 관리비도 얼마 안 들고."
지병이 있고 혼자 사는 지인 형님은 늙어 갈수록 시골보다는 의료 시설이나 노인 복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지역에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듣고 보니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픈 데가 많아지니 병원을 자주 갈 가능성이 크고, 만에 하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근에 복지 시설이 많아야 무료하지 않게 활기찬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인 형님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새롭게 적응하는 것보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지역의 집에서 노후를 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둘이 살기엔 큰 아파트지만, 삶의 터전이 다 여기에
나는 노후의 주거지에 대한 생각이 좀 복잡한 상태다. 지금 사는 지역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서 이곳에도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상 주거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상황이 됐다. 자식들이 독립해서 나간 지금의 아파트는 방이 두 개나 비어 있고, 관리비도 많이 나와 굳이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들딸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오고 가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만큼 자식들을 보는 게 힘들다. 아들딸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주 만나고 싶은데 여건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아내와 아들딸은 서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서 가족들이 자주 만나면서 살기를 원한다. 나도 그 마음은 같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생활 터전이 이곳에 있기에, 당장 다른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게 망설여진다.
고향에도 본가는 없어졌지만 부모님의 납골묘가 여전히 있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농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누나도 고향마을 근처에 살고 있고, 일가친척이나 친구들도 거기 있기에 고향으로 내려가서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서 아내와 아들딸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 살지 결정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은 것이다. 절충적으로 우선은 생활 터전이 있는 여기서 살다가 상황을 봐서 자식들 가까운 곳으로 가서 살까도 싶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은 아내와 잘 상의해 고향으로 내려가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디에서 살아가느냐'는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주거지는 한번 결정해서 옮기고 나면 다시 되돌리거나 바꾸기도 쉽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서적 안정이든, 생활상의 편의든, 아니면 가족 간의 유대 돈독이든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나 인생관에 따라 노년의 주거지를 결정하게 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노후를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게 따뜻하고 풍요로운 보금자리에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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