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 국내 1위 초콜릿 업체 롯데웰푸드가 다음 달 1일 가나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에 "계획대로 전 유통 채널에서 제품 17종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면서 "코코아 시세가 3배 이상 올라 워낙 원가 압박이 심해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비스킷이나 다른 제품은 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애초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인상 시기를 한 달 늦췄다.
대표 초콜릿 제품인 가나초콜릿 권장소비자가는 1천400원으로 200원 오르고 빼빼로는 1천800원으로 100원 인상된다.
롯데웰푸드는 그동안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에서 심한 원가 압박을 받아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0년 넘게 t(톤)당 2천∼3천달러의 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주산지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 때문에 지난해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올해 초부터 롤러코스터를 탄 듯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 달 전에는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이 t당 1만2천달러에 육박했다가 최근 다소 내려가 지난 23일 현재 8천109달러를 보였다. 현재 가격은 올해 초의 두배 수준이다.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만성적인 투자 부족에 기후변화, 나무 노령화로 작황이 부진했는데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카카오 병해로 지난해부터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024 시즌 코코아 생산이 전년보다 11% 감소해 공급이 37만4천t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2∼2023 시즌 공급 부족량은 7만4천t이었다.
병해에 걸린 코코아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새 나무를 심어 수확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불안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초콜릿 업체들은 초콜릿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코코아 가격 급등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몬델레즈는 올해 1분기 제품 가격을 약 6% 올렸고 허쉬는 5%가량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코코아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제품 가격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웰푸드의 가격 인상 계획과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 회사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00.6% 증가했으며 매출 원가율은 4.2%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초콜릿류 가격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100% 증가했다고 하지만 영업이익률을 봐야 한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3.9%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고원가 유지를 쓰느라 수익성이 악화했다가 고원가 유지 재고를 소진해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매출 원가율도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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