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EV)3은 전기차 대중화의 시발점입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의 말이다. 지난 23일 오후 'The Kia EV3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 회견에 나선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략에서 앞선 평가를 받고 있는 기아가 소형 전기차를 전 세계에 처음으로 선 보인 자리였다.
이미 지난해 선보인 대형 전기차 EV9은 북미를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독보적인 디자인과 기술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최근 중형급 EV6 역시 3년 만에 변경모델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일부에선 전기차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시장에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선 오히려 역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들었다.
송 사장도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듯 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12만대로 전년에 비해 13% 성장했다"면서 "중국이 18%, 유럽이 4%, 북미가 1% 늘었고, 국내시장이 26%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이 다른 해외 지역보다 전기차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송호성 기아 사장 "EV3,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것"
또 "특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11%정도"라면서, 서유럽과 미국 등을 합하면 19%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은 7%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를 제외하고, 글로벌하게 전기차 시장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소비계층도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희가 보통 고객을 구분해서 얘기 할 때 10% 정도는 '얼리어댑터(early adopter) 층'으로 생각하고 그 다음에 한 40% 정도가 '얼리머저리티(early majority)'층으로 생각합니다.
얼리어댑터층은 가격, 충전 등이 좀 불편하더라도 신기술과 신차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기차에 테스트하고자 하는 욕구가 좀 많은 층입니다. 저희가 EV6 와 EV9을 런칭해서 얼리어댑터층을 공략 하고 있고, 그 고객층으로부터 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송 사장은 이어 "얼리 머저리티층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가격에 민감하고, 다양한 비용을 따져보는 고객층"이라며 "전기차의 대중화로 가는 장애물인 가격과 충전 인프라 등에서 상당한 해결방안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기아의 목표는 분명했다. '얼리어댑터'로부터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대중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 송 사장이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차량이 바로 EV3다. 그 스스로도 "EV3는 얼리 머저리티층을 공략하는 차종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대중화의 시발점인 EV3를 시작으로, EV4, EV5 등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기아의 명운이 달린 차"
이날 공개된 소형 전기차 EV3는 기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중요하다. 그만큼 차량에 공을 들였다. 기아 관계자가 기자에게 "올해 기아의 명운이 달린 차"라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우선 디자인을 보면, 앞선 대형 전기SUV EV9의 모습과 유사하다. '주니어 EV9'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기아 디자인을 총괄하는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새로운 기아 브랜드를 만들고, 어떻게 디자인에 녹여내야 하는지가 중요한 고민 포인트"라며 "EV3의 외장과 내장을 보면 EV9과 유사한 부분을 볼 수 있지만, 내부의 대시보드와 콘솔, 소재 등은 EV9과 매우 다르다"고 소개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는 기아의 거의 모든 차종에 적용되는 철학이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정도로 해석되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을 조화롭게 연결시켜 만드는 것이다.
전반적인 모습은 EV9을 떠올리게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보면 새로운 것들이 들어있다. 앞쪽의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는 기아 전기차에 적용되는 타이거 노즈의 진화된 버전이다. 헤드램프와 아래쪽의 메탈 가니쉬 등의 추가로, 좀더 강인한 모습을 갖췄다는 것이 카림 부사장의 설명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이-지엠피(E-GMP)를 최대한 활용한 내부 디자인도 EV3의 장점이다. 내부 공간 자체가 넓고, 심플하며, 각종 디지털화된 기기 등도 소비자 친화적으로 구성돼 있다.
송 사장의 말대로, EV3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야한다. 특히 충전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덜어줄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류창승 기아 고객본부장(전무)은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면서 "배터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이면 된다"고 말했다.
3천만원대부터, 한 번 충전으로 501Km까지…한계를 뛰어넘다
또 1회 완전충전으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501킬로미터다. 환경부 인증거리다. 물론 스탠더드 모델이 아닌 롱레인지 모델이지만, 실제 일상에선 운전자에 따라 좀더 길어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글로벌 브랜드 가운데 소형 전기 SUV 모델로 EV3 수준의 주행거리를 가진 차량을 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EV9에 적용된 각종 주행 안전 신기술 등도 대거 채택됐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길 안내부터 차량 정보, 차량 통제 등도 처음으로 적용됐다. 류 본부장은 "실제 차량을 운행하거나, 정차했을 때 등에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도 드릴 것"이라며 "소형 전기 SUV 차안에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만족감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량 가격은 국내서 보조금 지원을 받을 경우 3000만원 중반대부터 시작된다.배터리 용량에 따라 스탠더드와 롱레인지 모델로 나뉜다. 송 사장은 "EV3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화를 타깃으로 봤을 때 가격을 3만5천에서 5만달러 사이로 생각했다"면서 "국내에선 인센티브를 감안해 3000만원 중반부터 시작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기아는 EV3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20만대로 잡았다. 국내시장은 2만5000~3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선 쉽지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EV3의 상품성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 회사쪽의 생각인 듯하다.
송 사장은 "전기차 시장은 미래에 당연히 가야할 방향"이라고 했다. 앞으로 '얼리 머저리티'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당장 EV3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기차 구입을 머뭇거렸던 요소였던 가격과 충전, 안전 등은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다. 6월부터 일반 대중에게도 선보인다. 직접 타볼 수 도 있다. 그들의 반응이 자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