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간 국민연금 제도 개혁안에 대해서 수차례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번에는 연금개혁과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보단 왜 개혁이 지지부진 한지, 구조적이면서 본질적 내용을 전하고자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채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모두 모수개혁, 구조개혁에 대해 화두를 던진 가운데, 5월 27일 기준 금일 있었던 본회의 의사일정 논의에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여, 모수개혁 관련 입법안 의결은 물 건너 갔다.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연금개혁 논의에 선봉에 섰던 교수, 전문가집단은 연금개혁에 진심이었을까?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실, 여야 모두 연금개혁 방안을 두고 뜻을 모으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 모수개혁(연금의 변수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여당에 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핑계를 대며, 22대 국회로 공을 넘기자고 답했다.
결국, 여야, 대통령실 모두 연금개혁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아닌 것이다. 연금개혁을 위한 시간은 충분했다. 대통령실, 관계부처, 여당, 야당 모두 연금개혁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고,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 다만, 의지가 부족하고 특별히 그들에게 국민연금이 큰 의미를 부여할 만큼 중요한 의제가 아니었을 뿐이다.
또한 연금개혁을 위한 특위에 배속된 교수들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대상자이며, 장관, 차관 등 당연직 공무원은 공무원 연금 대상자다. 2024년 4월 13일 기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 11명 중 2명은 현역 정치인이며, 8명이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 신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연금개혁에 관심이 없다거나, 불의하다는 것은 아니다(명단 사진 참고).
다만 향후 30년, 50년, 100년을 내다봐야 하는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위해 모인 전문가들 중 국민연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며, 결과적으로 그간의 논의가 성과로 나타나 연금개혁에 초석을 놓았거나, 의미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등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실은 또 어떤가? 당장 대통령만 하더라도 국민연금 대상자가 아니다. 검찰 생활을 오래해 온 공무원 출신으로서 공무원 연금 대상자다. 국회의원실 보좌진 또한 공무원연금 대상자다. 어찌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맡대고, 아이디어를 생산하며, 제도 개선안 제안, 입법 노력을 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국민연금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만일, 현행 대한민국의 연금체제와 달리 ▲ 군인연금 ▲ 공무원연금 ▲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과 ▲ 국민연금이 통합으로 운영된 체제이었다면, 연금개혁이 이렇게 지지부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6일 국회의장실에서는 연금개혁을 미룰 경우 현행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하에서 향후 70년 동안 누적될 기금 적자는 2156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매년 연금 지급액이 30조8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월 단위로는 2조6000억 원, 일 단위로는 856억 원씩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합계 출산율이 0.7 이하로 하락된 후,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지지부진 하다는 것은 결국, 정치권과 대통령실, 관계부처는 연금개혁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의 방증과 다름 없다.
이제는 국민연금을 놓고 모수개혁이니, 구조개혁이니 하면서 다툴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 상황을 진지하게 고찰하여, 모든 연금을 통합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게 아니라면, 일본과 같이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제도를 똑같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2023년 7월 17일자 <한국일보>의 "공무원연금을 시급히 국민연금과 통합해야 할 많은 이유"에서 일본의 경우, 공무원 연금과 민간연금 수급액은 완전 동일하게 지급되도록 운영 중이며, 혹시라도 공무원연금이 조금 더 많이 지급된 것이 발견될 시 차감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발간된 OECD 발간물(Reviews of Pension Systems - KOREA)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일반 국민과 공무원연금을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하는 나라가 우리를 포함해서 단 4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통합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20세부터 연금을 가입하여 40년을 보험료를 납부하여도 소득대체율 자체가 40%에 불과한 반면, 공무원 연금은 61.2%,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의 62.7%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였다(OECD 보고서 표 참고).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치권과 대통령실, 교수 등을 포함한 전문가 집단은 연금개혁에 진심이었을까?
국회의장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연금개혁을 더욱 지체할 경우,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 얼마나 커지는 줄 저들은 모르는 것일까? OECD가 한국의 연금제도가 기형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인구사회학적으로도 향후 연금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노동인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들, 의사결정자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은 국민연금과 관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금개혁의 당위성, 필요성, 시급성을 모두 충족하는 현 시점에도 여야, 대통령실 할 것 없이 다들 정치적으로만 연금개혁에 접근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