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면에 보이는 분은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입니다. 제 오른쪽에 있는 분은 주한미국 대사고요. 여기에서 이렇게 회담을 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제가 매고 있는 넥타이는 저 주지사가 나온 대학의 넥타이입니다. 주지사가 굉장히 감동하셨어요, 작은 것까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5일 도담소(구 도지사관사)를 방문한 도민을 안내하는 '1일 가이드'로 나섰다. 올해 처음 열린 '도담소 열린 개방행사'에서다. 김동연 지사는 도민들을 회의실, 대연회장, 국제소통전시관 등으로 안내하며 그동안 진행했던 여러 도민소통 및 국제교류 행사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도민들은 김 지사가 소개한 다양한 해외 주요 인사들과의 에피소드에 귀를 기울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아래 BC)주 방문 당시, 전날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주 수상이 당일 새벽 6시간 거리를 비행기로 다녀와 자신의 환영 행사에 참석했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해외 주요 인사들과) 서로 가까워지고, 네트워킹도 하고, 필요하면 휴대폰으로 전화해서 해결할 정도의 친숙한 외교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저희 직원 중에는 '대한민국 외교는 용산(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라 광교(경기도 청사)에서 시작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공감대를 찾아라'... 친화력 앞세운 김동연식 '공감 외교'
김동연 지사가 국제교류 협력 강화 등 글로벌 외교에서 큰 성과를 낸 것은 김 지사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운 '공감 외교'가 주요한 동력이 됐다.
이날 김 지사가 도민들에게 소개한 제이 인즐리(Jay Inslee) 미국 워싱턴주 주지사와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기후도지사'를 자처한 김 지사는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기후주지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즐리 주지사를 만나 기후위기 공동 대응에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협력을 위한 실무협의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인즐리 주지사에게 경기도 발달장애인(2급)인 강태원 작가의 재두루미 그림을 선물로 건네며 "재두루미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환경보호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즐리 주지사는 "정말 고마운 선물이다. 작가의 주소를 알려주면 (감사) 편지를 쓰고 싶다"고 감동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6일부터 11박 13일간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면서 네 곳의 주지사를 만나 경기도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줬다. 특히 김 지사는 각 주지사의 성향, 관심사, 공통 의제 등에 맞게 의미를 부여한 소재로 그림 제작을 부탁해 구매했다.
김동연 지사는 '공감 외교'를 위해 기후변화 등 정책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 국제관계, 스포츠, 문학, 음식 등 다양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세계 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방문,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를 만나 무역·투자, 기후변화, 인적교류 분야에 대한 우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 지난 2012년 이후 단절된 캘리포니아주와의 우호 협력관계를 12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당시 김 지사는 뉴섬 주지사와 공식적인 논의 전에 한국과 미국의 정치·경제, 미·중 관계, 한·중 관계, 미국 대선, COVID19 극복에 있어서 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통역 없이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김 지사는 회담 직후 "우리는 가까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고, 또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도 "12년 만에 다시 협약이 재개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의미 깊고 기쁘게 생각한다, '레토릭(rhetoric, 수사)이 아니라 우리는 커미트먼트(commitment, 약속)를 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또 지난 13일(현지 시각) 캐나다 BC주 총독 관저(Government House)를 방문, 재넷 오스틴(Janet Austin) 주 총독과 조찬 등을 함께 하며 양 지역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BC 총독은 영국 왕이 임명하는 상징적 지위로 BC주 의전 서열로는 찰스 3세 영국 왕에 이어 두 번째다. 영국 왕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총독 관저에 김 지사를 초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환대였다.
오스틴 총독은 "BC주와 경기도는 앞으로 에너지 분야, 청정기술,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훨씬 더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고위급 인적 교류와 우정이 양 지역 간의 협력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쓴 소설 '오만과 편견'의 한 대목을 인용해 "우리의 말과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라는 문구로 인사말을 했다. 오스틴 총독 본인은 물론 부모님, 여동생 등 가족 전체가 작가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인 데다, 오스틴 총독이 연설할 때 제인 오스틴 작품의 문구를 즐겨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 번 맺은 인연도 소중히'... 김동연식 '친밀 외교'
김동연 지사는 한 번의 만남도 소홀히 하지 않고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친밀 외교'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경기도를 방문한 하오 펑(郝鵬) 랴오닝성(遼寧省) 당서기를 도담소에서 만나 양 지역 간 중점분야 실질 협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랴오닝성을 방문한 김 지사가 하오 당서기의 경기도 방문을 적극 요청했고, 이날 답방이 성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지방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중심지이자 북-중 교역의 핵심 지역인 랴오닝성의 당서기로서는 14년 만의 방한이다. 방한 기간 한국 정부와 기업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하오 당서기는 바쁜 외교 일정 속에서도 유독 경기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이날 저녁 수원 통닭거리의 한 식당에서 꽤 늦은 시간까지 '치맥'을 함께 했다. 김 지사가 지난해 랴오닝성 방문 당시 하오 당서기에게 "다음엔 (경기도에서) 넥타이 풀고 (편하게)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하오 당서기는 "일정이 굉장히 촉박했는데, 경기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뺐다. 이번 방한 일정 중에서 경기도의 방문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오 당서기가 경기도와의 교류 협력을 강조한 것은 김동연 지사 특유의 인연을 중시하는 '친밀 외교'의 성과라는 평가다.
김동연 지사는 "하오 펑 서기와는 작년 10월 랴오닝성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었다"면서 "경기도와 랴오닝성이 맺어온 30년 우정은 앞으로 더 크고 단단해질 것이고, 더 나아가 한중 양국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또 지난 13일(현지 시각) 캐나다 BC주를 방문, 데이비드 이비 수상과의 만남에 앞서 이미 SNS '도넛' 대화로 이비 수상과 친밀감을 쌓았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SNS를 통해 이비 수상에게 보낸 영상 편지에서 "지난번 오셔서 제가 한 약속을 지킵니다. 경기도에 T커피전문점이 들어왔고 T도넛, 그리고 D커피를 (경기도) 부지사들과 함께 먹어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이비 수상도 지난 10일 SNS를 통해 "T도넛을 먹어봤군요. 하지만 B도넛을 먹어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다음 회의 때 준비해 두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T커피전문점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두 사람의 SNS 소통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김 지사는 경기도를 찾은 이비 수상과 한-캐 수교 60주년, 경기도-캐나다 BC주 자매결연 15주년을 기념하며 기후 분야를 포함한 제4차 실행계획을 체결했다.
당시 김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캐나다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T가 올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 한국을 방문하는 캐나다 국민들도 곧 이곳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도 D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서 "이비 수상님, 다음에는 캐나다에서 다시 만나 도넛에 D커피 한 잔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약속이 약 1년 만에 지켜진 셈이다.
김동연 지사와 토드 글로리아(Todd Gloria) 샌디에이고 시장은 '휴일 환대'가 맺어준 각별한 인연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29일 일요일 도담소에서 샌디에이고 경제사절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글로리아 시장을 만났다. 중국 방문을 위해 10월 29일 출국 예정이었던 김 지사가 출국 일정을 30일 아침으로 하루 미루고, 휴일인 일요일에 환영 일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글로리아 시장은 "일요일에 환대를 받아 정말 감사드린다. 답례하고 싶다"며 초청 의사를 밝혔고, 김 지사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샌디에이고시를 방문하게 됐다. 특히 글로리아 시장은 김 지사의 지난 미국 방문길에 각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지사도 "이번 미 서부 출장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며 "지난 만남 당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서한을 전해주신 덕분에 캘리포니아와의 교류를 재개할 수 있었다. 경기도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바이오 분야 협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감사를 표했다.
게다가 샌디에이고 경제사절단으로 경기도에 방문했던 기관 가운데 하나였던 UC샌디에이고 대학은 올해 경기 청년사다리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했다. 이번 미국방문 기간 김 지사가 찾아가 만난 미국 최대 바이오협회인 바이오콤 CA와 유전체 분석 연구 분야 선두기업인 일루미나 역시 경제사절단의 일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8일 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SNS에 올린 글에서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혁신동맹'은 계속돼야 한다. 이것이 이번 출장 이후의 과제"라면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1조 4천여억 원의 투자유치, 경기청년들의 인재 교류, 그리고 캐나다 BC주 이비 수상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준 도넛과 커피까지, 모두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출장을 통해 만들어 놓은 경기도와 캘리포니아-워싱턴-애리조나-브리티시컬럼비아의 인맥이 대한민국의 성장 금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