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돈 많이 번다며?"
웹소설 작가라고 하면 종종 돌아오는 말이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웹소설 업계에 뛰어든다면, 매달 정산 내역서를 보고 크게 실망할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직장과 웹소설을 병행하면서 소득을 늘리려 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소득 파이프라인, N잡러로서의 웹소설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내 경험담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기사를 작성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이 뜨기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연예인 팬픽과 귀여니 소설을 섭렵해오며 대학 생활의 반을 웹소설과 함께 보낸 내가 이 시기를 그냥 보낼 리 없었다.
2020년에서 2021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시행될 무렵이었다. 나는 당시 대학을 졸업한 후 집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던 중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쓰고 싶은 내용이 떠올라 바로 노트북을 켜서 글의 얼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웹소설의 장르는 크게 로맨스판타지, 현대로맨스, 판타지, 무협, 라이트노벨 등으로 구분된다. 나는 평소 로맨스판타지(아래 '로판') 웹소설을 주로 읽어왔기에 망설임 없이 로맨스판타지로 장르를 정했다. 그리고 로판 웹소설의 클리셰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되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살려 글을 구성했다.
탈고에만 약 1년
그렇게 완성한 나의 첫 웹소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랑과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남녀 주인공이 난관을 헤치고 사랑과 일을 둘 다 쟁취'하는 내용이었다.
자격증 공부와 병행하느라 탈고에는 약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뿌듯한 마음으로 간단한 퇴고를 마치고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돌리고 나서는 매일 손을 떨면서 메일함을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웹소설을 쓴 지 1년이 더 지났을 무렵, 약 15곳에 투고를 한 끝에 두 곳에서 연락이 왔고, 그중 계약서의 내용이 더 상세한 곳과 첫 계약을 맺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담당자 ㅇㅇㅇ입니다."
계약 이후 담당자가 배정되면 위와 같은 인사말로 메일이 온다. 처음에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해서 몸이 배배 꼬였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스스로를 '작가 ㅇㅇㅇ'이라 칭하며 답장을 보내야 했다. 의외로 계약서를 작성했을 때보다 '작가님'이라고 불렸을 때 비로소 내가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웹툰처럼 한 화 한 화 연재하는 유료연재의 경우 적게는 100만 원, 보통은 300만 원, 많게는 500만 원 정도의 선인세를 받는다고 한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경우 보통 100화에서 많게는 200화 이상, 일부는 1000화 이상 연재하기도 하지만, 나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유료연재가 아닌 단행본 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단행본은 유료연재에 비해 분량이 적었기에 선인세 없이 바로 교정 작업을 시작했다. 계약서에 따라 2차에 걸친 교정을 마치고 보니 어느새 6개월 후. 그 사이 나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들을 모두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구직을 앞둔 상태가 되었다.
계속해 쓰고, 쓰고... 출퇴근 버스 안에서, 매일 밤마다
2차 교정을 완료한 직후에는 외부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맡겨 표지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발생하는 외주 비용은 100% 출판사의 몫이다. 만약 이 비용을 작가에게 전가한다면 당장 계약을 해지하기보다는 다시는 그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마는 편이 좋다. 계약서를 잘 살펴보면 교정·교열의 저작권이 출판사에 있다는 조항이 있어, 출판사 측에서 해당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등 기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출판사 측에서는 이 작업을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내로 예상하였는데, 디자이너의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체로 출판사에서 안내한 대로 흘러가는 편이었다. 표지가 완성되면 최종적으로 작가가 검토한 후 일주일 내로 책의 주민등록번호라 할 수 있는 ISBN이 발급되어 각 웹소설 플랫폼의 심사에 들어간다. 플랫폼별 심사 기간도 짧으면 2주, 길어도 한 달 이내다.
"작가님의 작품이 ㅇㅇㅇ플랫폼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출간 당일, 출판사에서 출간 축하 기념으로 커피와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왔다.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무렵이라 기쁨 반, 무거운 마음 반으로 출간을 확인한 다음, 주변에 내가 웹소설 작가가 되었음을 알렸다.
"축하해! 그럼 웹소설 작가로 전향한 거야?"
계속해서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면 그렇겠지만, 나는 일단 아니라고 답했다. 안 그래도 포화 상태였던 웹소설 업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알게 된 전업 웹소설 작가들도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호기롭게 웹소설 작가가 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과연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작가님, 지난달 정산 내역입니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름대로 대기업의 프로모션을 여러 개 받아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것도 잠시, 통장에 들어온 돈은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물론, 수입은 작가마다 천차만별 다를 것이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작가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중간에 출판사가 끼어 있어 조금은 민망한 마음으로 답장 버튼을 눌렀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달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웹소설로 내는 수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 달에 한 번 인세 입금 건으로 담당자와 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액수는 적지만, 꾸준히 매출을 낸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당당하게 덕담을 건네곤 한다.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웹소설을 쓰고 있다. 매일 출퇴근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의 메모장 어플로 떠오르는 내용을 간단히 써 둔 다음, 퇴근 후 본격적으로 문장을 다듬고 살을 붙여 원고를 채워 나간다.
저녁식사 약속이 있는 날은 밤 9시에 집에 돌아와서도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린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보수는 턱없이 적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트북을 켜게 하는 강력한 동기 요인을, 웹소설 외에는 아직 찾지 못했다(찾을 생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