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서'라는 책 소개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교사들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자주 하소연을 한다. 정년퇴직까지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아이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상급 관리자로부터 받는 상처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잃게 만든다고.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로 교사들에 대한 대우는 좀 달라졌을까?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궁증과 걱정과 씁쓸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정신과 교수 김현수가 교사들로부터 직접 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제도로부터, 철학으로부터, 관계로부터 받은 교사들의 상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나 시스템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7쪽)이 안타깝다.
시스템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일인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개개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만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교육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그러하다. 슬픔이 차오른다.
교사들은 명백히 감정노동자이다. 무방비 상태로 무자비하게 휘두루는 상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보호막이 없다. 그들은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 교사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모른 체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체벌의 수위에 따라 자칫 아동학대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에 늘 두려움과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를 무력하게 만드는 스몰 트라우마 역시 위협적이다. 동료 교사들이 무심코 하는 말, 관리자들이 혼내는 말,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말,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부리는 투정 등이 교사에게는 다 스몰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남긴다(54쪽)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탄 공동체(58쪽)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상호 간에 라포가 형성되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고, 교사가 아이들의 이로운 결정을 돕는 협력자라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없다.
아이들과 교사가 진리를 중심으로 만나 함께 뭔가를 깨닫고 공감할 때, 혹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동시에 공명하는 경험을 할 때, 이때도 교사와 학생에게는 치유가 일어난다. 그리고 교사는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 안에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실현되었음을 깨닫게 된다.(170쪽)
교사들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교사 동료들 간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 스스로가 미래의 불을 지피고 나르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그 불씨를 동료 교사들과 나눠 가짐으로써 스스로 존중받는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교사들도 자기 고백과 자기 개방을 해야 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힘들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상처로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혼자만의 동굴 속에 갇혀 체념하지 말고, 동료 교사들과 연대해서 함께 빛을 향해 걸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복원할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워나가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장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혼자 있지도 말고, 동료 교사를 혼자 두지도 말라'라는 조언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깨지고 상처받지만 또 치유받기도 한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갔다가 불행에서 다시 행복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복원할 수 있는 힘, 지금 우리 교사들에게는 이런 힘이 필요하다.
(245쪽)
무엇보다도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교사, 위로가 필요한 교사, 학생, 부모, 관리자로부터 무시당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더불어 교단에 오르는 일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하루하루를 무시당하는 느낌과 싸운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교사로서의 삶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앞에 위축되지도 말고, 교사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벅참과 참다운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무수히 다짐했던 순간들을 복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단에 서 있는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환대 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바른길을 알려주는 교사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조건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깊은 유대관계가 맺어지는 학교를 기대해 본다.
행복한 교사 십계명 중 첫 번째 명제인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교사와 함께하는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하려면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가 행복하려면 변해야 한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마음, 건강, 유쾌함, 수업 준비, 연대할 동료가 필요하다.(264쪽)'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교사들은 꿈을 꾼다. 교사로서 자기 정체성을 충분히 실현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 교육 제도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쉼터가 여기저기에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다는 꿈, 입시를 위한 성적이나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나름대로 교육 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하고 싶다는 꿈,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꿈,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 (266쪽)
행복한 날도 있고 불행한 날도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작은 행복은 매일 필요하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