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8일 오후 10시 25분]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자료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다가 국방부로 회수된 날,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쓰던 휴대전화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가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VIP 격노설'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수사외압 의혹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자료로 보인다.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측이 군사법원 재판부로부터 받은 통신기록 조회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지난해 8월 2일 아래 시간대에 전화가 갔고, 이 전 장관은 모두 수신했다.
통화1) 낮 12시 7분 44초부터 낮 12시 11분 49초까지 (총 4분 5초)
통화2) 낮 12시 43분 16초부터 낮 12시 56분 59초까지 (총 13분 43초)
통화3) 낮 12시 57분 36초부터 낮 12시 58분 28초까지 (총 52초)
통화1은 수사단이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서에 이첩한 시각으로부터 17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오전 10시 30분~11시 50분 이첩). 수사자료엔 임성근 당시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통화2와 통화3 사이엔 박 대령의 보직해임이 이뤄졌다. 박 대령 측은 당일 낮 12시 45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호출돼 보직해임을 통보받았다고 밝혔었다.
이 세 차례 통화 후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수사자료를 회수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 전 장관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 대령을 항명죄로 입건하고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수사자료의 회수'를 지시했다. 김 단장은 오후 2시 40분께 수사자료 회수를 위한 회의를 열었고, 직후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은 경북경찰청에 연락해 '수사자료를 가져가겠다'고 통보했고, 오후 7시 20분 실제로 수사자료를 회수했다.
7월 31일부터 8월 1일 박 대령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수사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위 통화가 있었던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유 법무관은 이 비서관이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했다'고 공수처에 진술했다.
'격노설' 당일엔 대통령실 일반전화 '02-800' 찍혀
이 전 장관의 통화기록엔 대통령실 일반전화로 걸려온 흔적도 있었다.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은 수사결과 발표를 갑자기 취소했는데 그 직전인 오전 11시 54분에 '02-800'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이 전 장관 통화기록에 남아 있었다. 통화는 2분 48초 동안 이뤄졌다.
이후 3분 뒤인 오전 11시 57분 이 전 장관은 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자료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국회 보고를 취소시켰다.
이날은 박 대령이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한 날이다. 박 대령은 이날 유재은 관리관에게 전화를 받은 뒤 김 사령관에게 불려 가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며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