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 혐오 표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교황청은 2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교황은 동성애 혐오적인 용어로 불쾌감을 주거나 자신을 표현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며 "이 용어의 사용으로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20일 이탈리아 주교 200여 명과의 비공개 모임에서 동성애자가 신학교에 입학하고 사제가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교황은 "신학교가 이미 '프로차지네'(frociaggine)로 가득 차 있다"라고 농담처럼 말한 사실이 전날 이탈리아 현지 언론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이탈리아어가 모국어 아닌 교황, 모르고 썼을 수도"
'프로차지네'는 이탈리아에서 남성 동성애를 매우 경멸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다. 교황의 발언 논란은 전 세계 주요 외신에도 보도됐고,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가톨릭 신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어인 이 표현이 얼마나 모욕적인 말인지 모르고 썼을 수도 있다고 감싸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인이며 모국어는 스페인어다.
그러나 교황이 2013년 즉위 이후 줄곧 성소수자 인권을 강조하고 차별에 반대해 왔기에 이번 발언의 논란은 더욱 컸다.
교황은 즉위 초반인 2013년 7월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답해 큰 화제가 됐고, 작년에는 사제들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집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이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더욱 환영하라고 촉구하면서 포용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동성애자 남성 사제는 '반대'
하지만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는 보수 가톨릭계에 상당한 반대를 불러왔고, 이는 교황청이 "가톨릭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동성애자 남성이 사제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는 배경이 됐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교황이 논란이 된 표현을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교황의 비공개 모임 발언은 기록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리가 있다. 쓸모없는 사람도 없고 불필요한 사람도 없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 인권을 지지하는 단체 '뉴웨이즈 미니스트리'는 "교황이 부주의한 표현을 사과한 것은 환영하지만 동성애자 남성을 사제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에 실망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일 신실하게 하느님을 섬기는 수많은 동성애자 사제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더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