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거부권 행사 전에 막아도 막아야지... (행사하고 나면) 늦잖아요."
"끝장을 볼라고. (법안 통과에) 숨 좀 트이려고 하니 거부권을 한다고..."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 편 건널목 오후 2시께 뙤약볕이 내리 쬐는 아스팔트 위. 도열한 경찰들과 울타리 아래 백발의 한 사람 꼿꼿이 앉아 있었다. 고 권희정 열사의 어머니인 강선순씨(81세)였다. 머리 위에는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빨간 팻말이 놓여 있었다. 강씨의 옆에는 지팡이를 짚고 고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씨(84) 등 다른 유가족들도 함께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이었다.
"삭발에 오체투지까지... 그 모든 날들, 몇 시간 만에 뒤집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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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민주유공자법 거부권 꿈도 꾸지 말고 즉각 공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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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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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전날인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유공자예우법(아래 민주유공자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29일 오전 7시부터 용산을 찾아 피켓 시위와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바람과 달리, 정부는 예상대로 같은 날 오후 3시 임시 국무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비롯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했다.
장두영 유가협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햇수로 4년이고, 국회의사당 앞 5번 출구 앞에서 피켓 농성을 한 지는 966일이었다"라면서 "삭발에 오체투지까지 했고, 어제 간신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니 유가족, (열사들의) 아버지, 어머니 입장에선 너무 허무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부권 위기를 맞은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이끈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들에대해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사무국장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불순분자, 빨갱이 취급 받은 세월이 수십 년이다. 그냥 유공자로서 (한국 민주화에) 이바지한 명예회복을 해 달라 농성을 진행하고 모든 투쟁을 했는데 몇 시간 만에 뒤집으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오후 3시
거부권 정국을 앞둔 용산 대통령실 앞은 이후에도 줄곧 북적였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22대 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이 '대통령 수사외압 의혹과 거부권 행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채상병 사건 수사자료가 경찰 이첩 이후 다시 회수된 날 윤 대통령이 개인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박찬대 원내대표)"라는 직격이다.
'또 거부권 정국' 맞은 민주당, 용산서 "국민에 항명하는 자가 항명수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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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달려간 민주당 "수사 외압 몸통,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물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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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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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누가 봐도 자신의 범죄 의혹을 감추기 위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거부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수사를 축소 은폐 한 중대 범죄"라면서 "특검법에 반대표결을 한 국민의힘도 공범이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날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10건도 모자라 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대통령, 정상인가"라면서 "동원할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적당히 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최고위원들은 '대통령 직접 수사'를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이제 피의자로 전환해 직접 수사해야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명령에 항명하는 자가 진정 항명수괴가 아니고 무엇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위헌했고, 위법했고, 불법했다"면서 "이종섭 당시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 모든 게 위증이다"라고 질타했다(
관련 기사 : "윤 대통령 통화 안했다"던 이종섭, 거짓말이었나 https://omn.kr/28uoz).
#오후 5시
윤 대통령은 결국 같은 날 오후 5시께 ▲민주유공자법 ▲전세사기특별법 ▲농어업회의소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등 4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