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 훈련소에서 군기 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졌습니다. 훈련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에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한 군대 전역자 이른바 군필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건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왜 이 사건에 분노하는지 정리했습니다.
떠든다고 완전 군장 얼차려? 상·병장들도 안 한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훈련병들은 22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23일 오후 완전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고 합니다.
군필자들은 "군대에서 군기훈련은 꼭 필요하다, 사격이나 수류탄 훈련, 총기와 탄약 관리 등에는 엄정한 군기가 요구되며 이를 위반하면 얼차려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밤에 떠들면 대부분 주의나 경고로 끝나거나 가벼운 엎드려뻗쳐나 팔굽혀 펴기 등을 한다"라면서 "완전군장 얼차려는 상·병장도 잘 받지 않는 굉장히 강도 높은 얼차려"라고 지적했습니다.
육군 규정에서는 군기훈련을 받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떠들었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얼차려를 지시해야만 했는지 의문입니다. 군기훈련을 왜 시켰는지 그 과정과 절차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입대 9일 차 훈련병에게 완전군장 구보라니
군필자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망한 훈련병이 입대한 지 고작 9일 차였다는 점입니다.
보통 훈련소에 입소하면 3일간은 각종 신체검사 등을 받습니다. 이를 포함해 첫 주차는 퇴소도 가능한 거의 민간인 신분에 가깝습니다. 입대 9일은 동화주간(훈련소 적응 기간) 1주를 제외하면 훈련은 고작 이틀만 받는 셈입니다.
훈련소 입소 1~2주가 힘든 것은 민간인 수준의 체력과 정신력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군훈련소의 경우 5주 차(현역 기준) 훈련 계획에서 1~2주 차는 '군인 기본자세 확립'으로 정신력 교육이나 제식훈련 등을 주로 하고, 점차 훈련 강도를 높입니다.
일각에선 훈련소 일정에 뜀걸음 측정이 있어 과도하게 체력을 강조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주장도 제기합니다. 민간인으로 살았던 훈련병에게 입대 9일 만에 현역과 같은 체력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과도한 욕심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군 사망 사고 후 나오는 엉터리 대책들
군필자들은 군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미봉책으로 엉터리 대책들이 나온다고 성토했습니다.
실제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28일 오후 육군사단장과 여단장 이상 지휘관들이 참석한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했습니다. 박 총장은 신병교육훈련 시 수준별·단계별로 훈련 강도를 적용하고, 훈련병 건강 및 날씨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부대를 운영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박 총장의 지시가 없더라도 이미 대한민국 육군훈련소들은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훈련 프로그램을 갖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규정들을 지키지 않는 간부와 지휘관에게 있습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완전군장 얼차려 받다가 사망했다고 이젠 완전군장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망 사고가 벌어지면 지휘관들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할까 봐 훈련을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빗댄 글입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가족들의 분노
29일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는 "사망한 훈련병과 같은 부대에 동생을 보낸 사람"이라고 밝힌 이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제 동생은 숨진 훈련병과 같은 날 입대했다"라며 "입대식 날 대대장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며 5주간 모두 건강하게 훈련받고 달라진 아들들의 모습을 수료식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사단은 26일 오후 7~8시쯤 더 캠프에 게시글 2건을 올린 것 외에는 그 어떤 입장 표명이나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훈련병의 아버지라고 밝힌 이는 "너희가 뭔데. 우리 아들들한테 함부로 하지 마라. 마음 같아서는 진짜 다 죽여 버리고 싶다"며 "들어간 지 10일도 안 되는 애들한테 할 짓이냐. 때려죽일 XX들. 인성도 안 되는 놈들이 누굴 가르친다고 XX이냐"라며 분노했습니다.
작성자는 "이러면서 국가는 인구 감소라는 X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어린이집부터 군대까지 어디에 애들을 맡길 수 있겠냐"며 "피해자 가족은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고 가해자는 몇 년만 살고 나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이 나라가 너무 싫다"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편, 군 수사당국은 훈련병 사망 사고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지난 28일 강원 경찰에 수사 이첩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