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또 앞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29일 서울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해양과 기후변화 포럼'에 참석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가 남긴 말입니다.
이날 포럼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해양환경공단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공동 주관 아래 열렸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감시예측과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세계 기후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 제작 당시 핵심저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IPCC는 전 세계 과학자가 참석하여 기후변화의 추세와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내놓는 기관입니다. 가장 최신인 6차 보고서는 지난해 3월 발표됐습니다.
이 교수는 6차 보고서의 핵심은 "현재 우리 사회의 경제적 추세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세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이 교수 "기후위기 따른 피해, IPCC 예측보다 클 가능성 높아"
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극한 기상이변이 어느 때보다 빈번해졌고, 기후위기가 전 세계 모든 지역과 환경에 이미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단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습니다.
이 교수는 IPCC 보고서 발표 이후의 주요 최신 기후과학 연구 결과들을 공유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등의 자료가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이 교수는 IPCC 보고서가 여러 한계상 최신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6차 보고서는 2019년까지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현 기후과학 연구를 종합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는 현재와 미래 모두 IPCC가 제시한 수치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 교수는 "(지구 평균기온이) 1.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2℃에 도달할 위험도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해수면 상승이나 생물다양성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되돌아올 수 없는 '티핑포인트(임계점)'을 넘을 수 있단 우려도 나왔습니다.
2023년 해양온난화·해수면 상승 속도·빙하 소실 규모 모두 역대 기록 경신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 부문의 상황이 심각하단 것이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바다는 세계에 축적된 열에너지의 91%를 흡수합니다. 동시에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대표적인 흡수원입니다.
문제는 해양온난화 현상이 작년에 최고치를 찍었단 것. WMO 역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춰주는 역할을 하던 바다마저 뜨거워져 빙산이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 속도와 남극 해빙 속도, 빙하 소실 규모 등 주요 해양 지표 모두 지난해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 교수는 "올해 바다는 작년보다 더 더워질 것으로 많은 기관이 예측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대서양을 따라 흐르는 심층 해류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가 금세기 중반에 멈출 수 있단 최신 연구도 인용됐습니다. IPCC가 21세기 안에 붕괴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과 대비됩니다.
이 심층 순환류가 멈추면 해수면은 약 1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30℃ 이내로 떨어질뿐더러,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은 폭염과 가뭄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 배출량 유지 시 엘니뇨로 인한 21세기 경제 손실 84조 달러 이르러"
이 교수는 기후변화는 인위적 기후변화에 의한 위험과 자연 변동성에 의한 위험의 결합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전자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등을 말합니다. 후자는 말 그대로 자연에서 원래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엘니뇨'입니다. 이는 적도 지역 동태평양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엘니뇨 현상 발생 시 대개 지구 평균기온은 약 0.2℃ 정도 오릅니다.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는 '슈퍼 엘니뇨'가 아님에도 영향이 크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 교수는 엘니뇨로 인한 위협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커지고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연구를 인용했습니다.
현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유지될 시 기후변화로 인해 엘니뇨가 더 잦아지면서 21세기 전체에 걸쳐 경제적 손실이 84조 달러(약 11경 5794조 원)에 달할 것이란 연구입니다.
84조 달러는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예산(약 6조 8800억 달러)의 약 12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기후위기는 사회불평등의 문제"… 정부·기업·지자체·시민 간 협력 필요
이 교수는 기후위기가 불평등하게 나타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극한폭우나 가뭄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도시라고 할지라도 구역별로 기상이변이 다를 수 있단 것. 이에 따른 경제 손실 역시 구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단 것이 이 교수의 말입니다.
이 교수는 "기후위기는 사회불평등의 문제다"라며 "공론화를 하지 않고선 극복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이후 패널토론에서도 공론화를 둘러싼 의견이 계속 제시됐습니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기후대응을 위해선) 마케팅과 소통이 빨라야 한다"며 "좀 더 단도직입적인 이야기가 담론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기후 관련 행사에서 화석연료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적단 점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기후대응이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란 점을 성토했습니다.
라쉬는 "미래세대나 다음세대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담기지 않는다"며 "계속 이렇게 말하면 기후문제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대응을 위해선 제도가 바뀔 시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소장은 "개인의 분리수거 역시 좋으나, 플라스틱을 덜 쓰려는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이 모든 노력이 개인적 실천으로만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의 삶도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기후대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