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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쉬고 있는 오리가족 금강 물결에 헤엄치다가 쉬고 있는 오리가족
강변에서 쉬고 있는 오리가족금강 물결에 헤엄치다가 쉬고 있는 오리가족 ⓒ 대전충남녹색연합


"어, 오리 가족이다."

천막 농성장에 앉아있다가 급물살을 타며 지나가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을 발견했다. 오리 가족 이삿날이었다. 엄마 오리 위에 새끼 오리 5마리가 줄지어 엄마 등에 붙어 따라가는 모습이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강변에 멈춰서더니 하중도 위로 총총 올라가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대열을 정비한다. 흐르는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강은 생명이 살아가는 곳임을 천막 농성장 앞에서 매일 확인한다. 가까이 다가서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섯 발가락, 그 앞에 콕 찍혀있는 발톱모양인 수달 발자국이 강변에 즐비하다. 물이 찼다가 빠진 웅덩이 앞에 앉으면 물살이가 어른거린다. 농성 천막 지붕 위에 똥을 싸고 둥지를 들락거렸던 어미 박새는 포란에 성공했다. 비행 연습을 하던 아기 박새들이 둥지에서 떨어져서 농성자들의 발밑에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도 한다. 물소리와 함께 물떼새의 울음소리는 지천이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수달을 내쫓지 마라
 
세종보 담수 반대 기자회견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한국수달네트워크, 보철거시민행동 공동 기자회견
세종보 담수 반대 기자회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한국수달네트워크, 보철거시민행동 공동 기자회견 ⓒ 대전충남녹색연합
 
여기에 이런 목소리도 겹친다.

"신문에 '금강에 어름치 돌아왔다'는 단 한 줄을 쓰려고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했다."

지난 30일,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한국수달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이완옥 박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가 한 이 말은 전문가들이 왜 이 자리에 모였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글자 한 줄이 아니라 어름치를 애타게 찾으며 멸종되지 않기를 바라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는 10여 명의 민물고기, 수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상훈 박사(한국 수달네트워크 대표)는 "환경부는 지금 너무나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보 수문을 개방하자, 모래톱이 드러나고 사라졌던 물살이들이 다시 돌아왔다"며 "이런 강이 수달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재자연화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금강은 4대강의 미래'라며 '물떼새들과 흰수마자, 미호종개와 수달의 서식처인 금강을 흐르게 하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흐르는 강이야말로 인간과 야생동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닫힌 공주보… 야생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시커먼 호수가 되버린 금강 공주보 수문을 닫아 고마나루 모래사장이 잠겨있다.
시커먼 호수가 되버린 금강공주보 수문을 닫아 고마나루 모래사장이 잠겨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하지만 환경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난 4월 말, 환경부는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금강에는 '금강 보 운영협의체'가 있지만 어떤 소통도 없이 환경부 혼자 밀실에서 도둑질하듯 강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협의체는 2022년 9월에 한 번 모이고는 열리지 않고 있다. 백제문화제 담수를 결정한다며 모였던 것이 전부였다. 2023년에는 회의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한 관계자는 "댐보하구둑연계협의회에서 보의 탄력 운영을 허락받았다"고 말했다. 왜 닫았냐는 질문에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모르는 일"이라며 또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백제문화제 이후 공주보 수문 개방으로 물 빠진 명승지 고마나루는 처참했다. 펄이 쌓였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 고사리손도 동참해 손으로 펄을 걷어냈다. 그곳에 다시 담수를 시작한 것이다. 공주보 담수 구간의 금강은 '공주호'였다. 악취가 풍겼다. 차오른 물가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꼬마물떼새를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아기새들이 어딘가에 숨어있는지 의태 행위를 하며 우리를 유인하려고 했다. 이 죽은 강에서 아기새들의 운명은 어찌되었을까. 어미새의 의태 행위가 안쓰러웠다.
 
▲ 잠긴 물 속 새끼들을 지키려는 어미새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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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멸종위기종인 물떼새의 알을 잠기게 하고 아기새들을 죽게한 환경부는 야생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3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채병수 박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낙동강지부장)는 "일반인들이 멸종위기종을 잡으면 환경부가 고발해 3천만~5천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수달발자국 농성장에 놀러온 아이가 수달발자국을 가리키고 있다
수달발자국농성장에 놀러온 아이가 수달발자국을 가리키고 있다 ⓒ 임도훈
 
"저희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불러서 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전문가들이 한 말이다. 생명의 소리를 듣고 이 자리에 나왔노라고 말하는 노학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오랜 연구와 현장의 소리가 만들어 낸 문장이었을 것이다. 보를 개방하고 금강에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돌아온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를 잘 알기에, 강을 사랑하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생명의 소리를 듣는 이들 모두 강이 흐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듣지 못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수문을 올리는 일의 당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과학'이나 '기후 위기'를 가져다 쓴다. 자신의 말 한마디, 자신들의 행위 하나에 많은 생명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생태 학살이고 죄이다. 

농성천막 안에서 조용히 강을 바라보니 윤슬이 반짝거린다. 저 윤슬을 사랑하지 않을 자 누구일까. 흐르는 강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그 강가에 앉아서 세종보가 담수 되면 이곳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생명들을 조용히 불러본다.

"흰수마자, 미호종개, 수달, 흰목물떼새, 큰고니..."

#금강#영산강#낙동강#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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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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