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카라(카라)'의 임원진과 일부 활동가들이 최근 노조에 의해 폭로된 동물 폭행 의혹을 부인하며 "(노조는) 여론 선동과 대외 비방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카라 전진경 대표, 김정빈 이사, 그리고 소속 활동가들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탄압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허위 사실 유포로 카라는 붕괴 직전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90분간 이어졌다.
기자회견은 전진경 대표의 사과로 시작됐다. 전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가장 진보적인 단체, 카라에서 동물 학대 의혹이 언론을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많은 국민과 회원들께 큰 충격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대표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우리 단체 문제로 인해 또 다른 (동물권) 단체들에 피해를 끼친 것 같다. 그 부분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후원자분들이 실망하셔서 저희가 아무리 설명해도 잡을 수 없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동물들을 지킬 수 없겠다고 생각해 오늘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앞선 노조의 폭로... 활동가 33인은 "사실 아냐"
지난 2002년 설립된 카라는 식용 개 구출, 개 식용 철폐 등의 활동을 이어온 국내 대표 동물권단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활동가 두 명에 대한 정직 처분과 노조 설립 이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엔 노조가 "카라의 한 간부에게 피해를 본 동물만 최소 40여 마리"라며 동물 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전 대표는 폭행 사건으로 지목된 사례들을 언급하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한 간부가 시바견 '수피아'를 슬리퍼로 때리는 소리"라며 공개한 녹음파일에 대해 전 대표는 "수피아가 입양이 확정된 소형 푸들을 물었다. 이에 (두 강아지를) 분리해 수피아를 사무실로 데리고 가 슬리퍼로 몸통과 주둥이 부분을 서너 번 탁탁 쳤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지 않았다"라며 "녹음파일에 나오는 탕탕 울리는 듯한 소리가 마치 개가 맞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그건 바닥과 책상을 치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로부터 음성 변조가 되지 않은 녹음파일 원본을 제출받아 전문 트레이너 3인의 의견을 모으는 등의 절차를 거쳐 내규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향후 ▲ 동물 돌봄 및 사회화 시스템 정비 ▲ 후원 회원 및 시민과의 소통 채널 확대 ▲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개선 ▲ 정기적인 평가 및 보고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카라 측은 "노조가 폭력적인 교섭과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카라는 사회화·입양 활동가와 동물병원 인력을 제외하면 20인 정도인 작은 단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5인의 노조 활동가 교섭위원의 전원 유급 처리를 요구하며 일주일 단위로 교섭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또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인 '기간제 및 비정규직 노동자 즉시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 "동의하지만 현재 단체 사정으로는 한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이견으로 동물 학대 주장 영상이 공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라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온 윤성모 활동가는 카라 활동가 33인의 성명을 대표로 낭독했다. 그는 "노조가 배포한 기사 하나로 20여 년간 동물을 위해 달려온 카라는 하루 사이에 '동물을 학대하는 단체'가 되어버렸다"며 "노조의 말대로라면 특정 활동가의 상습적 폭행 속에 구조 동물이 방치되고 있는데도 모든 활동가가 외면해 왔다는 뜻인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노조 임원들은 본 사태에 엄중히 책임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했다.
하미정 회원모금팀 활동가도 "만약 (카라에서) 학대가 있었다면 저는 동조범이고, 막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제발 카라의 동물을 위해서, 같이 일하는 활동가를 위해서 (비난을) 멈춰달라. 회원님들도 (카라를) 조금만 더 믿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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