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 같은 비가 오는 지난 26일 오후, 세종보 인근에 설치한 천막농성장의 밤을 지키기 위해 찾았다. 농성장을 지키던 사람은 농성장을 나와 둔치로 대피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잠길 가능성이 있는 천막이기 때문이다. 농성장을 지키는 환경활동가들의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 비로 인한 안전은 확보할 예정이다. 앞으로 우기에 비가 오더라도 대피를 통해 안전은 확보할 것이다.
하지만, 세종보 담수로 인해 천막농성장이 잠길 때 우리는 안전을 챙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비와 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명확하다. 세종보 담수를 획책하는 모든 이가 대상이다. 또한 세종보의 다양하게 번식하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해치는 이들이 우리 싸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천막농성장을 뒤로 한 채 임시로 밤을 지키기 위한 텐트를 쳤다. 이름도 그럴싸하게 지었다. 천막농성장재난안전본부로 지었다.
천막농성장을 해체하려는 세력은 비를 핑계로 천막 철거를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실제로 대청호를 방류하거나 비가 온다고 철거를 하겠다는 요구를 해오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한다. 우리는 비와 싸우지 않는다. 자연과 싸우지 않는다. 자연이 농성장을 덮친다면 그 안전은 우리가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천명한다. 천막농성장의 자연재난은 우리가 책임질 것이다.
30일 대청호 방류를 늘리겠다며 침수 우려를 표하는 공문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농성자들에게만 보냈다. 안전을 걱정해서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진짜 걱정이 됐다면 방류량을 유지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
대청호 방류로 인한 농성장의 침수는 다행히 없었다. 31일 현재 추가로 방류하고 있고, 수위가 일부 상승했지만 농성장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다만 비가 오면 상승된 수위 때문에 천막농성장은 더 위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수자원공사가 농성장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안전본부는 지속적으로 설치될 것이다. 우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자연재해는 우리 나름대로 평가하고 대비할 것이다. 홍수통제소의 하천수위와 대청댐 방류에 대한 기록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걱정했던 대로 농성장으로 이동하는 길목이 일부 물에 침수됐다. 강우나 비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대비할 것이다.
천막농성장재난안전본부는 26일 밤을 무사히 보냈다. 차올랐던 물은 오후가 되자 다시 원상복구돼 천막농성장은 다시 정상화됐다. 환경부가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탄력운영은 천막농성장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다. 다만 환경부가 주장하는 탄력운영은 담수를 전제로 한 것이고, 우리의 탄력운영은 보 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온전히 환경부에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종보 담수에 대한 정확한 계획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수리기간도 아직 여유가 있고 6월 20일부터 우기에 접어 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시범가동과 담수를 운영하겠다고만 한다. 공개로 일관하는 일방적인 행정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력운영은 담수를 기본으로 두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공주보를 담수했었다. 애시당초 한 달 반여간의 담수를 하기로 했지만, 환경부는 보 개방의 사유가 없다며 수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백제문화제를 위해 담수했지만 종료 이후에도 개방하지 않았다. 이런 사건이 환경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탄력운영이 담수인 것을 명확히 했다. 탄력운영이라는 말은 언어도단이다.
2017년 11월 온전히 개방된 세종보 생명의 이야기는 천막농성장이 펼처지기 전부터 꾸준히 확인되고 알려져 왔다. 담수가 진행된다면 이제 죽음의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고, 이 책임은 온전히 환경부에 있음을 경고한다. 세종보 재가동은 안 된다. 보 개방으로 회복되고 돌아온 금강의 생태와 상명을 보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