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31일 대형원전과 LNG 열병합 등으로 발전설비 증설을 꾀하겠다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력 수요를 조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는 시대적 흐름에 또 역행하는 발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준)'은 이날 발표를 두고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발표된 정부 실무안은 '화마를 앞에 두고 하품하고 있는 한가한 모습' 같다"고 혹평했다. 이들은 10차 계획의 2036년 목표수요 144.5GW에서 11차 계획의 2038년 목표수요가 157.8GW로 늘어난 것을 두고 "강력한 수요 관리로 전력 수요를 줄여가야 할 시점에 되레 늘려잡은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지가 실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원들은 또 "산업부는 마치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97.5GW)'를 충실히 반영한 것처럼 홍보했으나 이는 태양광, 풍력 보급용량만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며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전체 용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목표는 5.5GW나 부족,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신규원전 3기를 추가하겠다는 대목을 두고도 "어리석은 고집"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기후행동모임은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인 에너지 체계도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발전원이 전체 발전량의 45%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며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늦어도 2035~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전세계적인 요구 등에도 2038년 대한민국 석탄 발전 비중은 여전히 10.3%"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면재검토도 촉구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에 역행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번 실무안은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수요 관리 강화, 전력계통 확대 등 미래를 대비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는 고민한 흔적이 아예 없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21.6%로 10차 전기본과 동일하다. 대신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신규 대형원전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짚었다.
서 의장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모른다고 했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이제 국제 기준이 됐다"며 "RE100 기준 충족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RE100 대신 'CFE 기준'을 추구하겠다고 하는데 원자력을 포함한다. 문제는 RE100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 대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면 윤석열 정부가 책임질 텐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는 중국 대문호 루쉰이 무지몽매의 전형으로 묘사한 '아큐'의 정신승리법이라도 따르겠다는 것인가"라고 비유했다. 그는 "<아큐정전>을 보면 아큐란 인물은 콤플렝스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인물로 묘사된다"며 "산업부가 CFE에 매달리는 이유가 'RE100 단어만 나와도 용산이 격노할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