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대한 폭언·막말 파문 당사자인 수원의 한 사립학교 이사장이 이번에는 제보자 색출에 나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협박과 강요'라는 위법 행위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원교육지원청 감사관실은 '2차 가해'라 지적하며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사장 A씨가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것은 <오마이뉴스>가 '폭언·막말 파문'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이다. (관련 기사 :
[단독]"이 XX 병신 같은 게..." 사립학교 이사장의 막말 폭언
복수의 학교 관계자와 수원교육지원청 감사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 부장 교사 등 30여 명은 30일 오전 8시50분께 이사장실에 불려가 휴대폰 수색을 당했다. 기사 사진에 등장하는 휴대폰 상단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모양의 휴대폰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 달라는 이사장 말에 따라 교사들은 이사장과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이 구성원인 단톡방을 열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거부, 또는 반발하는 교사는 없었다.
법적인 절차에 따른 조사가 아닌데도 교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르지 않으면 제보자로 지목될까 두려워서'였다.
"말 한마디 못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한 교사는 3일 "이사장님이 부장들에게 핸드폰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셨다"며 "기사에 나온 사진과 핸드폰 통신사 및 배터리 잔량 표시 등을 확인해서(맞춰서) 카톡 내용을 제공한 부장을 찾으려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교사의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자리에서 거부했어야 했는데 분위기상 그러지도 못했다. 자괴감이 들었고 말 한마디 못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 일은 한 교사의 신고로 당일 수원교육지원청 감사관실에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학교 측에 "제보자 색출하는 게 스스로 죄 있음을 인정하는 게 될 수 있고, 2차 가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감사를 해서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폭언 등과 관련한 감사) 보고서에 분명히 담을 것이며, 원칙대로 처벌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학교 이사장은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양경식 변호사(법무법인 도움)는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공개하라고 한 행위 자체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협박과 동시에 강요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대단히 위법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교사들이 저항 없이 휴대폰을 공개한 것만 봐도 평소 학교 재단 이사장의 위력을 추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사장 A씨는 3일 '제보자를 찾기 위해 휴대폰 공개 요구한 것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협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라고 답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학교 측 관계자는 "이사장님이 휴대폰 공개를 요구하며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보여주기 싫은 사람은 책상 위에 올려놓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