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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인공지능(AI), 첨단산업, 데이터 센터 등에 전력 공급을 위해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건, 자본의 배를 불리려 지역의 희생쯤은 당연하다는 발상이다. (중략) 밀양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는 8일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경남 밀양 송전탑으로 가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2014년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진 지 10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대 4기의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번 집회 명칭은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로 정해졌다. 더 많은 원전과 송전탑으로 제2의 밀양, 제3의 밀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님, 추가로 원전을 더 짓는다고요?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지역의 37여 개 단체는 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밀양 희망버스 부산 참가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현장에서 밀양 주민과 연대했던 변호사, 노동자, 환경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이날 '뽑아내자 송전탑, 막아내자 핵발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란히 함께 섰다.

"수십, 수백 년간 맺어온 마을 주민들의 관계가 둘로 갈라지는 등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공동체 파괴를 주도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원전 정책도 대책이 없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밀양으로 간다."

당시 행정대집행을 보며 인권침해 감시 활동을 펼쳤던 부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정상규 변호사는 밀양행을 선택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잘못된 정책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지역의 불편, 희생을 거쳐 수도권으로 가는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보성
 
풀뿌리 단체 활동가는 밀양 송전탑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을 통해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출간된 '전기, 밀양-서울'은 우리나라 에너지 역사에서 첫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밀양 할매·할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를 소개한 어린이책시민연대 이영미씨는 "송전탑이 세워지는 아픔을 견디며 10년간 세월을 버틴 이들이 있다. 그래서 또 희망버스를 탄다"라고 말했다.

'할매·할배'들과 긴 시간을 버텨온 청년도 마이크를 잡았다. 남어진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은 최대 원전 4기를 더 짓겠다고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강하게 질타했다. 남 집행위원은 "이대로면 세기말까지 엄청난 양의 전기가 흐르게 될 것이고, 추가 신규 송전선로를 이야기할지 모른다"라며 사태의 반복을 우려했다.

"(원전이나) 철탑 아래 사는 (지역의) 사람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없는지 묻고 싶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싸우는 이유다. 이 정부의 핵 폭주 막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의 목소리는 준비한 송전탑 전선 모형을 잘라내는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두 명이 앞으로 나와 '탈핵', '탈송전탑' 가위로 원전에서 나온 전기선을 끊었다. 이를 본 참석자들은 "밀양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다같이 구호를 외쳤다. 

밀양 송전탑 논란은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해 지역민들이 피해를 본 대표적 사례로 불린다. 박근혜 정부가 울산 울주군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보낼 150미터 높이의 765㎸ 초고압 송전탑을 지으려 하자 주민들은 농성 등 완강한 반대에 나섰고, 이 사안은 전국적인 탈핵·탈송전탑 문제로 확산했다. 

다시 이곳으로 희망버스 운전대를 잡는 이유는 행정대집행 10년의 의미에 더해 최근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실무안과 연관돼 있다. 정부는 AI 산업의 확산에 대비해 신규 원전 최대 3기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첫 도입하는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바닥에 놓인 '탈핵, 탈송전탑' 글자와 송전선로 모형.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둔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핵폭주를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바닥에 놓인 '탈핵, 탈송전탑' 글자와 송전선로 모형. ⓒ 김보성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밀양 송전탑을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4일 밀양희망버스 부산참가단(37개 단체)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밀양 송전탑을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김보성

#밀양희망버스#윤석열정부#전력수급기본계획#송전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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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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