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 '유명무실한 노동조례'가 또다시 논란이다. 2021년 제정된 '청주시 이동노동자 복리증진 조례'에 따른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이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사전 조사에 그쳐 있는 것이다.
이에 노동계는 "4년간의 논의에도 지지부진한 '늑장 행정'이라며 비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이범석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례 내용에는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권리보호 및 복리증진을 위한 조사와 연구사업 등의 실시도 포함됐다. 이후 당사자들의 요구와 조례 제정, 실태조사가 이어졌지만, 청주시는 사전 조사 및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동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청주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동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권익 보호를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동노동자 권익보호 위한 거점 공간 역할 필요"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북본부는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동노동자들은 휴식을 취할 곳도 폭우·폭염·폭설에 피할 곳도 없다"며 "이동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최저 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동노동자란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배달종사자, 학습지교사 등 직무의 특성상 업무장소가 고정적이지 않고 이동을 통해 노무가 이뤄지는 노동자를 뜻한다.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동노동자들은 업무 대기를 위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대게 편의점과 카페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나 개인 차량이나 오토바이 등에서 휴식을 취한다. 특히 야간에 근무하는 대리운전기사는 공공시설 이용도 마땅치 않고 차량으로 이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길거리를 배회하는 시간이 길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최준섭 충북지부장은 "콜이 없을 때는 1시간 이상을 거리에서 대기하기도 한다"며 "날이 덥고, 비가 오는 날에도 갈 곳이 없다보니 어디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최 지부장은 "편의점 앞 의자에 '배달기사, 대리기사 쉬는 장소가 아닙니다'라고 써있기도 하다"며 "차라리 커피나 저렴한 몇천 원짜리 물건을 사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이마저 눈치가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쉼터 조성을 두고 "타 지역의 경우 이용객 수가 저조하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어 노조 측이 제안한 거점 형태의 시설이 아닌 이동형 쉼터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단순한 이용객 수치만을 성과로 판단할 것이 아닌, 당사자와 노조가 권익보호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쉼터의 접근성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이더유니온 충북지회 길한샘 지회장은 "쉼터가 생기면 사업자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들이 하소연할 곳이 생기는 것"이라며 "부당한 일을 겪고도 개인이 수소문하고 해결해야 하는 이동노동자들이 쉼터를 통해 정보교류를 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등 거점 공간으로써 활용되면 이용객도 자연히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 지회장은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권익 보호를 위한 정보 공유의 장소로써 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