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그날도 필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산책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길도 익숙한 길이라서 전동휠체어의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전동휠체어가 인도에서 도로로 떨어지고 필자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인도 끝에 급경사진 곳이 있었는데 필자가 그것을 못 보고 속도를 올렸기 때문에, 미처 멈추지 못한 사이 전동휠체어가 인도에서 떨어진 것이다. 함께 산책하고 있던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휠체어를 잡으려고 했지만 한 박자 뒤였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내 옆에 있던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지혈을 하면서 119에 신고를 해주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모여 있었던 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긴급조치를 한 후 필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구급차에 전동휠체어를 실지 못해 그곳에 두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필자와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구급대원에게 전동휠체어를 가져갈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지만, 구급대원도 난감한 표정으로 구급차에 리프트가 없고 전동휠체어를 실을 공간도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필자와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병원에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리프트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동휠체어를 필자의 집에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겨우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급차가 한 대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참석한 자조 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급차가 없어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낄 때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자조 모임에 참석한 한 장애인은, 갑자기 몸이 아프고 통증이 심해져 구급차를 불렀는데 전동휠체어를 싣고 갈 수 없어 입원하는 동안 많은 불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필자가 아는 장애인은, 새벽에 구급차를 불렀는데 전동휠체어를 싣고 갈 수 없어 구급차로 먼저 대학병원에 가야 했단다. 아침에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학병원에 가져다주었다는 말도 들었던 적이 있다.
또한 몇 년 전에 어린 딸이 아파서 구급차를 불렀는데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자신은 구급차에 탈 수 없어 아픈 어린 딸만 병원으로 보냈고, 한 참 뒤에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딸이 간 병원에 도착할 수밖에 없어 마음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경험에 한정된 이야기를 모은 것이지만, 사실 이런 일은 지금도 어디에서는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최근에 무장애 시설로 오픈한 전주병원 종합검진센터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그때 전동휠체어를 타고 올 수 있는는 장애인들을 위해 고속충전기까지 비치해 놓은 것을 보았다.
그 고속충전기를 보면서 전동휠체어를 실을 있는 구급차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억 박차와 같은 시설 같았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는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급차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급차를 생산하지 않은 것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조금만 생각하면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생활 속에서 구급차를 이용할 확률이 높은 상황, 게다가 현재도 장애인과 어르신들은 전동휠체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구급차가 각 지역마다 적어도 한 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