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4일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쉽게 출제됐다"고 밝혔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특히, 영어 시험은 오랫동안 사교육을 받으며 문제 풀이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아니 심지어 그렇게 했더라도 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렇게 어렵게 출제할 거면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이유가 뭐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전교생이 200명 정도인 대전의 한 인문계고 고3 학생 중, 가채점 결과 이번 6월 모평 영어 시험에서 90점 이상 1등급을 받은 학생은 딱 1명이었다(0.5%). 예년에는 4%대인 8~9명 정도는 꾸준히 1등급이 나왔었다. 해당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A교사는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절대평가라면서 이렇게 출제하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개탄했다.
절대평가인데 1등급이 1%대?
5일 오전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 수험생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이렇게 절대평가 영어가 상대평가와 다를 바 없어졌는데, 이러면 학생들은 영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저를 맞추기 위해 어디에 의존할까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다른 누리꾼 역시,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이유가 사교육의 부작용이 너무 커서 아닌가요? 영어 1등급이 1%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럴 거면 다시 상대평가로 바꾸는 게 낫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영어 영역 난이도와 관련하여, 평가원과 EBS는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입시업계의 분석은 이와 큰 차이가 있었다. 대성학원은 "전년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예측했고, 메가스터디는 4.2%의 학생이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로학원은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 비중이 1~2% 수준일 것"이라고 가장 낮게 추정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비인간적 입시 경쟁교육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2018 수능부터 도입되었다. 일부에서는 변별력 약화를 우려했지만, 절대평가로 치러진 수능 영어의 난이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작년에 대통령이 나서 킬러문항 배제를 천명했지만, 2024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4.7%에 머물렀다. 이는 절대평가로 바뀐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번 2025 수능 6월 모의평가가 그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다 보니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영어 평가 문항을 분석해 볼 때 그런 추측을 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긴 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6월 모평 영어 1등급 비율이 1~2%대에 그친다면 평가원은 출제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6월 모평 성적표는 다음 달 2일 학생들에게 배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