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의 기내식비는 105만 원입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A4용지를 내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기내식비 비용 6290만 원의 4.8%가 김정숙 여사의 기내식 비용"이라며, '초호화 기내식'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7일 오전, 문재인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인사들이 김정숙 여사 인도 순방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관련 당시 대표단장 기자 간담회'에는 당시 대표단 단장이었던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당시 수행원이었던 고민정 국회의원 그리고 윤건영 의원을 위시해 다수 민주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국회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김정숙 여사의 순방 당시 '식비' 명세를 공개하면서 여권의 공세를 받아쳤다. 김정숙 여사 본인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관련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정숙 여사, 한 끼에 25만~30만 원 '퍼스트 클래스' 기내식 제공
윤건영 의원은 이날 문체부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문체부와 대한항공 간 수의계약서를 보면, 김정숙 여사를 포함한 당시 대표단의 기내식 비용은 총 6292만 원이었다. 그러나 이 중 실제 '식사'에 들어간 금액은 2167만 원으로 전체의 약 34.4%였다. 이 비용은 당시 대표단 48명과 승무원 16명, 모두 64명의 식비를 포함한 것이다.
인도 순방 대표단에 기내식은 총 4번 제공됐다. 성남~하노이, 하노이~뉴델리, 너크나우~하노이, 하노이~성남 노선 운항 중 각 1번씩 식사가 나온 것이다. 비용은 퍼스트 클래스(F), 비즈니스(C), 이코노미(Y) 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급 기내식의 경우 3명이 제공 받았으며 경로에 따라 적게는 1인당 25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 제공됐다. 김정숙 여사 역시 해당 식사를 제공받았다. 김정숙 여사 개인이 식사한 비용 105만 원은 30만 원 1회에 25만 원 3회를 더한 값이다. 단순 평균을 내면 26만 2500원 수준이다.
비즈니스급 식사는 5명이 제공받았고 끼니당 7만~17만 원으로 책정됐다. 나머지 40명은 이코노미급 기내식을 먹었고, 끼니마다 5만~8만 5000원으로 계산됐다. 승무원용은 5만~6만 원이었다.
전체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H/D 차지, 즉 기내식 운송 및 보관료였다. 운송 및 보관료는 운항 구간마다 600만 원에서 1000만 원씩, 총 3500만 원이 발생했다.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은 뉴델리~너크나우 구간에서도 600만 원이 지출됐다. 여기에 기내식 이외 식료품이 '식재구입비' 명목으로 600만 원, 기내식 보관용 드라이아이스에 25만 원이 책정됐다. 총액 4125만 원으로 전체 비용의 65.5%가 해당 '고정비용'으로 지출된 것이다.
해당 내역들을 상세히 공개한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황제의 기내식이 아니냐'라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성 정치 공세를 퍼부었다. 그래서 저희들은 문체부와 대한항공에 관련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을 줄기차게 요청을 했다"라며 "하지만 자료를 주지 않다가 오늘(7일) 아침에서야 문체부가 관련 세부 내용 자료를 저희에게 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자료를 공개하면 얼마나 쓰였는지. 국민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모두 알 수 있는데도 일방의 자료만 공개해서 마치 무슨 일이 있는 양, 아주 비싼 음식을 드신 양 몰아가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에 대해서 이제 좀 끝을 내야 된다"라고 여당을 몰아세웠다.
동석한 고민정 의원 역시 "국회의원이 자료를 국민들에게 또 상대방에게 제시할 때는 여러 가지 팩트체크들을 거쳐야 되는 게 기본 소양 중의 소양"이라며 "이제 허위사실 유포로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인도, 모든 정상들에 타지마할 방문 요청... 현지에서 결정"
도종환 전 장관은 이날 해당 순방에 김정숙 여사가 참여하게 된 경위도 소상히 설명했다. 도 전 장관은 허황후 기념공원 공동 조성과 관련해 인도 측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던 점을 강조하며 "사절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4개월 뒤에 다시 인도를 방문하는 것은 어려웠고, 또 국정감사 기간이 10월이었고, 11월에 예산 국회가 있고 하니까 (국무)총리를 보내기도 어렵고, 장관도 갈 수가 있을지 그 당시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면서 사절단으로 김정숙 여사와 문체부 장관이 함께 방문하는 안이 검토됐다"라며 "이틀이 멀다고 인도 외교부의 요청을 듣고 있던 우리 대사관 직원이, 외교부에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느냐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김정숙 여사와 문체부 장관이 함께 방문하는 안이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이야기를 인도 외교부에 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인도 외교부는 이것을 모디 총리에게 보고했고, 모디 총리가 적극 환영했다"라며 "(모디 총리가) 디왈리 축제의 주빈국이 대한민국이고, 또 주빈으로 김정숙 여사를 초청하면서 국빈 예우를 하라고 직접 지시를 하면서 초청장이 10월 26일에 오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공군 2호기를 띄운 것은 국빈으로 디왈리 축제의 주빈으로 초청한 인도 정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예의"였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타지마할 방문과 관련해서도 반복해 해명에 나섰다. "인도는 모든 정상들에게 타지마할에 방문해 줄 것을 외교 일정 조율할 때 반드시 요구를 한다"라며 "인도가 가장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을 외교 일정에 반드시 넣어줄 것을 요청해서 진행됐다"라는 것.
고민정 의원은 '당초 없었던 타지마할 방문 일정이 사전답사 후 급하게 추가됐다' '현지의 요청으로 급하게 타지마할을 방문한 것이라는 야당의 해명은 거짓말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했다.
그는 "외교 일정이라는 것은 굉장히 가변성이 많다. 일정을 짰다가도 취소가 되기도 하고 없던 일정이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라며 "타지마할 같은 경우도 인도에서는 한-인도 정상회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나라의 정상들 혹은 고위급 대표단이 오기만 하면 늘 왔으면 하는 곳 중 단연 첫 번째가 바로 이 타지마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순방으로 가셨을 때는 여러 가지 사정상 타지마할을 방문하지 못했다"라며 "그다음에 디왈리 축제를 갔을 때도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러니 저희로서는 사전에 당연히 준비를 해놨다"라고 이야기했다. 고 의원은 "지금 여당에서 그렇게 마타도어를 하고 있는 것처럼 '타지마할을 보려고 갔구나' '관광외교 했구나' '버킷리스트구나' 그런 논란은 그 당시에도 있었다"라며 "이러한 논란이 또 발생될 것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계속해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속에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인도에 가서도 '타지마할을 갈 것이냐, 말 것이냐'는 계속 안갯속에 있었다"라며 "그러나 현지에서 인도 측 관계자들의 강한 요청들이 계속적으로 있었고, 이 상황에서 '우리가 이것을 또다시 가지 않게 된다면 오히려 결례가 될 수 있겠다' 하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가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국민의힘, 외교의 '외'자도 몰라... 충성 경쟁"
야당 인사들은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맹비난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윤 의원은 "김정숙 여사께서 문제가 되는 근거 없는 마타도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신 바가 있고, 지금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인도 관계가 이번 일로 엉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정말 ABC도 모르는 행동들"이라고 직격했다.
도 전 장관 또한 "더 이상의 정쟁은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뻔하다"라며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자료 한 장을 가지고 그렇게 흔들어 대는지 너무 뻔히 안다. 충성 경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아무리 충성 경쟁이 중요해도 국익을 훼손하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주시라"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셀프 초청'이다? 외교를 아는 사람은 이런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란다. 셀프 초청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셀프 초청한다고 되느냐? 셀프 초청을 해달라고 해서 가면 인도 총리가 만나주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공식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 문재인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및 사회정책비서관 출신이기도 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17시간 전에 한 포스팅의 다섯 번째 문장은 이렇게 돼 있다. '제발 좀 품격 있는 정치를 하자'"라며 "총선 참패 뒤에 정부·여당이 궁지에 몰렸다. 그러자 도대체 그동안 보지 못한 굉장히 즉흥적인 국정을 해 댄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 시스템이 지금 망가진 것이다. 망가진 상태에서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그런 공세를 취한다"라며 "이 정치 공세가 국격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할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