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잠재적 당권·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격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이 나오자, 이를 발판 삼아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 제1야당의 전통적 악재인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재차 부각하며,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자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이다.
[나경원] "민주당, '이재명 임기연장'을 국민께 말할 자신이 있느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화영 전 부지사 9년 6개월 선고가 뜻하는 바는 너무나도 분명하다"라며 "그 다음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 바로 이 대표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피할 수도 없고 덮을 수도 없는 정의의 심판"이라며 "급기야 '방탄 특검'까지 급히 꺼낸 이유를 알법하다. 급했고 두려웠던 것"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그런 와중에 민주당은 '친명독재체제' 완성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라며 "본인은 별 욕심 없는데, 주변에서 알아서 갖다 바치는 식으로 대본까지 짰다. 지금 이따위 연극까지 찍으며 국민을 기만할 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이 '대권·당권 분리' 및 이재명 대표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이것과 연결해 비판한 것이다.
나 의원은 "임기 연장은커녕, 대표 연임부터 다시 고민하는 게 정상"이라며 "이화영 판결을 보고도 '이재명 대표 사당화'에 침묵한다는 것은, 같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더 이상 민주당의 외압과 사법 방해에 굴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를 즉각 수사, 기소하기 바란다"라며 "국민이 답답해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안철수] "이화영의 대북송금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시 같은 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쌍방울을 통해 북한 노동당측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은 이화영의 진술을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번복시켜서, 이화영 재판과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는 전술을 구사했다"라며 "급기야 올해 6월 3일에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이라는, 이재명 방탄특검을 발의하여 검찰수사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이화영으로부터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받았는지를 이실직고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북한 노동당에 전달된 800만 달러가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총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화영이 북한 노동당측에 전달한 거액의 대북송금에 대해, 이 대표는 석고대죄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재판받던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초현실적인 상황"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8일) 글을 통해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며 "어떤 학자들은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중단된다고 한다"라고 자문자답했다.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서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느냐의 해석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학술적 논의일 뿐이었지만,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형사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 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라며 "어제, 대북송금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다"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야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재차 부각한 것이다.
[유승민] "삼권분립이 왜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날"
유승민 전 의원 또한 7일 늦은 오후 "이재명 대표님, 법대로 합시다"라고 공세를 펼쳤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에서 압승한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가 지난 두 달간 활개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공화국의 삼권분립이 무너졌나 싶은 착각에 빠질 뻔했다"라며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관련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법원이 9년 6개월의 징역형 선고를 한 오늘, 삼권분립이 살아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법원의 판결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정의가 구현된다"라며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쌍방울, 위증교사 등 이재명 대표의 수많은 범죄 혐의에 대해 법원은 추상같은 판결을 내려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선거에 승리했다고 범죄가 사라진다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라며 "범죄자들이 정당 대표가 되고 대선후보가 되는 부끄러운 정치는 끝장내야 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