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을 비롯해 한국이면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대나무. 대나무에 꽃이 피는 현상은 드물게 볼 수 있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도 있다. 올해 들어 대나무가 꽃을 피우며 집단 고사하는 현상이 남해군 10개 읍·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남해군농업기술센터나 남해군산림조합 등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길조' 또는 '흉조'라는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꽃을 피운 대나무의 고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식물 관련 학자들에 따르면 대나무는 생애 한 번 꽃을 피우는데, 꽃을 피우고 나면 초록빛을 잃고 노란빛으로 변하며 서서히 죽는다. 이는 대나무의 땅속줄기의 양분이 소모돼 다음 발육돼야할 죽아(竹芽)의 약 90%가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머지 10%의 죽아(竹芽)가 회복죽이 되고 개화 후 죽림을 갱신한다.
나아가 죽은 대나무는 다음 세대 대나무에게 거름이 되고 씨앗은 새로운 대나무로 자란다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다음 세대로 발아하는 데 성공하는 씨앗은 굉장히 적은 편이고 대부분 야생동물이나 곤충의 먹이가 된다.
특히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벼과 식물로서 1~2개 적은 뿌리로 많은 개체를 이루고 있어 숲처럼 보인다. 수명이 다한 대나무의 경우 뿌리가 죽기 때문에 대나무숲이 고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대나무꽃이 피는 시기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왕대나 솜대를 기준으로 60~100년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대나무꽃이 피는 시기는 6~7월이다.
과거 인간수명이 60~70세이던 시기에는 대나무꽃을 보는 게 희귀한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생겨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후위기에 따른 집단 고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홍림 박사는 지난 3일 "몇 년 전부터 남해군에서 대나무가 집단 고사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지난해 겨울은 평년 겨울과 달리 굉장히 따뜻한 편이었다. 그러나 밤에는 추웠고 낮에는 따뜻한 큰 일교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 되면 다른 식물들은 물론 대나무도 경화(硬化) 현상에 돌입하는데 큰 일교차로 인해 경화 현상이 유지됐다가 풀렸다가를 반복하면서 적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대나무가 수명을 다해 죽은 게 아니라면 기온상승으로 인한 고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는 남해군 대표 작물인 마늘과 단호박 작황까지 좋지 않아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에 따라 대나무를 비롯해 다른 남해군의 농작물, 식물들도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