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에 대한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재판을 청구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10년째 세월호 촛불을 들고 있는 부산화명촛불은 "하루빨리 유죄가 확정돼 재발을 막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2년 전 현수막 64개 훼손 사건 '아직도 진행형'
부산지법 제4-3형사부(재판장 김도균)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공동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을 종합해보면 원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2심 선고는 지난해 7월 1심 판결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당시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2022년 4월 16일 부산화명촛불이 내건 세월호 9주기 추모·진상규명 촉구 현수막 64개의 끈을 잘라낸 A씨의 혐의를 인정해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현수막 훼손을 목격한 화명촛불 관계자들이 A씨 2명을 고발하고, 경찰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약식기소하면서 본격화했다. 법원의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에 공범인 B씨는 이를 수용했으나, 거부한 A씨는 정식 재판 절차를 밟았다.
1심 결과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벌금에도 A씨는 이마저 무겁다며 항소에 나섰다. 전체 훼손이 아닌 끈 일부를 잘라낸 것에 불과하다는 항변에 2심은 세월호 추모 현수막 의미를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또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지난달 27일 상고를 제기했다.
세월호 8주기 사건이 2년째 계속되는 상황에 현수막을 내걸었던 이들은 답답하단 표정이다. 사건 고발자인 김길후 전 부산화명촛불 대표는 "사건이 또 반복될까 봐 작년과 올해는 현수막을 걸지 못했는데, 조속히 유죄가 확정돼 재발을 막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길후 전 대표는 형량이 약하단 의견도 표시했다. 그는 "애초 300만 원 벌금형인데 재판으로 감액이 돼버려 화가 난다. 현수막은 집회 신고를 한 뒤 게시한 것이어서 기소 단계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올해 10주기 행사를 준비한 김종민 현 대표도 비슷한 얘길 꺼냈다. 김종민 대표는 "이젠 끝나야 할 사안이지 않나. 아직도 이러고 있어 한숨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의 훼손 시도나 폄훼로 온전한 세월호 추모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적 정비 또한 시급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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