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는 기후 위기를 가속하고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왔다. N차 하청과 자회사를 통해 위험을 외주화하여 운영하다가 이제 와 발전소를 폐쇄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각자도생하라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지금 행태도 그렇다.
2020년부터 보령, 삼천포, 호남, 울산 발전소가 폐쇄됐고 2024년 삼천포, 2025년 보령 5, 6호기와 태안 등에서 폐쇄가 예고돼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은 5월 17일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풍력발전산업을 중심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쫓겨나고 있는지, 재취업 일자리라는 '풍력발전소 유지보수 노동'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통한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이 어떤 의미인지 토론했다.
고용보장을 포괄한, 민영화와 외주화 저지로
발제를 맡은 전주희 회원은 수십 년간 국가와 자본이 주도한 민영화 흐름으로 고용구조가 중층화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불안정성도 위계화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또 생애 대부분을 특정 지역에서 살아온 노동자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은, 전환 배치를 넘어 '이주'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도 강조했다. 생애주기, 육아,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고용 보장을 넘어선 계획과 연결망을 만들어야 한다.
폐쇄와 이주 자체만이 문제가 아니라, 폐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보령 1, 2호기 폐쇄 과정에서 정년을 앞둔 청소노동자들을 폐쇄 1, 2년 앞둔 곳으로 몰아 배치한 일이 있었다. 정년으로 하나둘 나갔으나 폐쇄를 이유로 충원되지 않아, 남은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를 노동조합이 선정하게끔 하고, 강제 퇴사를 거부한 노동자가 속한 조에는 임금을 삭감했던 울산 사례도 있었다. 재배치 과정이 이렇게 노동자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인력 감축의 계기가 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도 발전소 폐쇄 일정을 통보하기 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공적 투자와 전환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다국적 기업 등이 투자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왜곡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풍력 발전 산업의 운영 및 유지보수 일자리는 과소평가 되고 있는데, 이는 하청 구조 때문에 적정 인력이 과소평가 되고, 풍력 발전의 유지보수율 증가분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체들의 다수는 50인 미만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다. 표준 인건비 기준도 적용되지 않고, 95% 이상 가동률을 채우지 못하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기에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놓이고, 야간노동이나 주말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이주비도 지원받고 충분한 교육으로 자격증을 획득해 '성공적으로' 재취업하더라도, 노동조건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조건이 하락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은 민영화, 외주화와 함께 갈 수 없다.
민간 주도 풍력 산업도 정의로운 전환 대상
산업전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석탄 화력 발전소도 전환해야 하지만, 민간 주도의 풍력산업 역시 공공 중심 재생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원하청 모든 노동자 고용보장은 물론,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투자, 운영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이미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23년 414 기후정의 파업과 923 기후정의 행진에 이어, 2024년 3월 30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을 진행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발전 HPS 지부는 진짜 사장인 한국남부발전과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 책임 공공재생에너지와 발전 노동자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5월 말 준비하고 있다. 이들 투쟁을 기반으로 민영화와 비정규직화가 아닌 국유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발전소에서부터 쟁취해 나가자. 기간산업이 돈벌이 블루오션이 아니라 모두의 필수적인 권리로 여겨질 수 있도록 사회를 재편하는 싸움에 함께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