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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천막농성장에서 영화 <삽질> 관람을 마친 시민과 활동가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10일 밤 천막농성장에서 영화 <삽질> 관람을 마친 시민과 활동가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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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낙동강은 짙은 녹색 페인트를 부은 것처럼 녹조가 창궐할 것이다. 금강은 이렇듯 맑고 힘차게 흘러가지만 4대강 보의 수문을 굳게 닫은 낙동강에서는 많게는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녹조 독(마이크로시스틴)'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 독은 물로 생산한 농산물에서도, 공기 중에서도 나오고 있다. 맑은 금강을 낙동강처럼 만들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정 처장은 "여기서 200km 떨어진 낙동강에서 금강을 지키려고 달려왔다"면서 "금강을 지켜야 낙동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2차 계고 시한 만료, 강제철거 임박... 50여명, 1박2일 기자회견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기자회견 생중계 화면 갈무리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기자회견 생중계 화면 갈무리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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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이 주최한 '세종보 재가동 반대 44일차 천막농성 선언문 낭독' 기자회견에는 2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세종시가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발부한 2차 계고장 집행 시한인 10일을 하루 넘긴 시점이다.

전날 저녁(10일)에는 밤늦게까지 50여명의 세종·대전 시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농성장에 모여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과 <뉴스타파>가 제작한 영상물 '최전선의 천막농성'을 관람했다.

이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가 여는 말을 했다. 문 대표는 "우리가 금강의 생명을 지키겠다며 44일간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데, 지금은 우리가 지키는 게 아니라 금강의 생명이 우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금강 생명과 함께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날을 맞자"고 말했다.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 "법을 어긴 건 환경부와 세종시"

천막농성장에서 하루 밤을 지낸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은 "세종시가 법률로 이야기를 하니(하천법상 야영 금지 행위로 인한 천막 강제 철거) 법률로 말해야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세종시가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하겠다면서 2차 계고를 했고, 어제로 그 시한이 만료됐다. 하지만 하천법만 있는 게 아니다. 물환경보존법 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 환경의 건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엄중한 강제규정이 있다. 거기에 환경부도 예외는 아니다. 얕은 법률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 건강한 물 환경을 위해 환경부와 세종시청이 나서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이어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는 4대강사업의 문제점과 함께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 임 간사는 "지난 정부에서 4년여에 걸쳐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윤석열 정부는 단 15일만에 취소했다"면서 "졸속적인 행정조치에 항의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기에 이곳에서 44일간을 버티고 있고, 강제철거를 한다면 수중 농성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반복되는 학살을 고발한다"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찾아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찾아온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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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행동의 선언문은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대독했다. 시민행동의 선언문 첫 문장이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금강 세종보 상류 300m 지점, 한두리 대교 아래 천막이 들어선 이 곳은, 물이 흐르는 강의 땅, 인간만이 아닌 온갖 생명이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명의 집이다. 우리는 물떼새가 대를 이어 알을 낳고, 품어, 비로소 태어난 아기 새가 천진하게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까투리의 환심을 얻기 위한 장끼의 구애를 목격했으며, 밤새 바삐 돌아다녀 줄줄이 찍힌 크고 작은 수달 가족의 발자취를 보았다. 천막 앞까지 찾아와 똥을 흩뿌린 고라니를 보았으며, 개발로 인해 도시화된 세종에서 내몰린 오소리가 강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시민행동은 "결코 인간에게 그들보다 더 큰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강의 주인을 자처하면서 강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보를 개방하고 6년 동안 강을 흐르게 해서, 지금의 모습을 회복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다시 이 강을 죽이려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반복되는 학살을 막고자 천막을 쳤다"고 밝혔다.
 
10일 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방영된 영화 <삽질>
 10일 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방영된 영화 <삽질>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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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은 이어 "6월 10일로 경고했던 자진철거 계고기간은 끝났고 우리를 불법을 행사하는 죄인으로 취급하고 고발을 예고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생명을 학살하는 정부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시민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보 처리방안을 결정하는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을 철저히 묵살하고,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정책을 바꿨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학살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고, 대화를 시도했으며, 180도로 바뀐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절차를 요구했다. 묵살된 민관합의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이 강에 생명이 살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정치 정략적 꼼수를 일삼는 너희가 죄인이다. 우리는 생명 학살을 자행하는 윤석열 정부를 불의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그 학살 행위에 맞설 것이다."

50여명의 활동가·시민, 농성장에서 강제철거 대비

한편, 세종시의 강제철거가 임박함에 따라 이에 맞서려는 활동가와 시민들이 천막농성장 주변에 10여 동의 텐트를 쳤다. 이곳에서 1박2일을 한 활동가 등이 11일 오전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며, 회견이 끝난 뒤에도 전국에서 30여 명의 활동가들이 농성장에 합류했다. 이들은 강변에 있는 캠핑용 간이의자에 앉아 쉬거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태그:#세종보, #금강, #천막농성, #4대강사업, #환경새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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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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