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직자, 교사, 기자의 배우자는 마음 놓고 명품백 받아도 된다(김건희 사례). 그러나 독립생계 상태가 아닌 자녀가 학교에서 장학금 받으면 처벌된다(조국 딸 사례)."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면서 종결 처리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당장 해당 사안을 권익위에 신고했던 참여연대가 11일 규탄 회견을 열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위와 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조국 대표는 "'국민권익위'가 '여사권익위'가 되었다"고 비판하며 "극명한 비교사례가 있다"면서 딸 장학금에 따른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 판결을 제시했다.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법리 확대 적용으로 청탁금지법 유죄 받은 조국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 자신과 배우자의 금품 수수 금지 규정만 있을 뿐 자녀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조국 대표는 딸이 받은 장학금으로 1·2심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를 받았는데, 재판부가 형법상 뇌물죄 법리를 끌어와 청탁금지법에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98년 영등포구청장 뇌물 사건에서 사회통념상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공무원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를 처음 내놓았다. 공무원이 생활비를 부담하는 가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끈 검찰은 지난 2019년 12월 이러한 법리에 따라 딸이 받은 장학금이 사실은 조 대표가 받은 것이라며 형법상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모두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결과는 뇌물 혐의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1·2심 모두 무죄였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나왔다. 청탁금지법에는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만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뇌물죄 법리를 청탁금지법에도 적용해 딸이 받은 장학금을 조 대표가 받은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2023년 2월 1심 재판부는 "(2017~2018년) 조국(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평소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는 자녀 조민에게 노환중(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 각 제공한 장학금은 피고인 조국이 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조국 대표는 '청탁금지법 확장 법리'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면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대법원 판단만 남은 상황이다.
조민 장학금이 김건희 명품백을 가로막다
장학금 사건과 명품백 사건은 '가족의 금품 등 수수→ 공직자의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똑 닮은 구조를 지녔다. 게다가 명품백 건은 뇌물죄의 법리를 끌어와 청탁금지법에 확장 적용할 필요도 없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 자녀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배우자'라는 단어는 14번이나 등장한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 금지 금품을 받으면 안되고(제8조 4항), 그것을 공직자가 신고하지 않거나 되돌려주지 않은 경우(제9조), 그 공직자는 유죄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명품 디올백을 받는 장면은 동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그대로 공개됐다. 최 목사는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와 샤넬 향수를 선물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통령실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지 않다. 즉, 받았다는 사실에 다툼이 없다.
여기에 더해 직무관련성도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건희 여사-최재영 목사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의 자료를 살펴보면,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통일TV 송출 재개, 김창준 전 미국연방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 유권해석기관인 권익위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자 조국 대표가 자신의 아픈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분노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아무리 종결 처리를 했다고 해도, 조국 대표 딸의 장학금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명품백의 퇴로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