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삼각산금암미술관(은평구 진관동)에서 이부록 작가의 <내 손이 사라졌다_유럽이 그린 구한말 조선> 전시회가 개최된다. 고문헌연구회(이사장 신주백)가 주최하고, 은평구(구청장 김미경)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는 '녹음방초 회초리', '적막강산 메들리', '노크동맹 얼라리', '속수무책', '노크신보' 등 10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부록 작가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의 신문과 잡지에 실린 구한말 조선(COREA/KOREA)에 관한 만평과 기사를 당시 조선인의 눈으로 재해석하여 아카이브 설치 작업으로 재현하여 선보인다.
1894년 청일전쟁의 발발로 전쟁터였던 조선이 유럽 언론의 만평들에 등장한다. '만평' 속 조선은 중국 변방에 위치한 미개한 존재로 중국과 일본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동아시아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그런 시각의 연원을 밝히고, 그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잘못된 첫단추를 다시 끼워야하기 때문이다.
이 만평들은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발굴·수집하여 세상에 알렸다. 고문헌연구회는 2022년 만평을 엮어 <유럽이 그린 구한말 조선>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전시장 안에 놓인 검은 테이블은 제국주의 시대 호시탐탐 식민지를 차지하려고 눈치를 살피던 협상가들이 마주한 협상 테이블을 상징한다. 그 위에는 유럽이 그린 만평에서 조선을 묘사한 사물-돌멩이, 벌집, 물고기 등- 내셔널굿즈가 펼쳐져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영국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만화캐릭터 '사기꾼' 알리 슬로퍼(Ally Sloper)가 등장한다. 이부록 작가는 슬로퍼씨가 조선의 왕을 인터뷰하기 위해 가마에 노크하는 만평의 한 장면에서 착안하여 슬로퍼씨의 손이 사라지는 설정을 한다. 다시 탄생한 슬로퍼씨의 손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노크하며 미래에 도래할 공동체의 틀을 설계한다.
전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