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보내는 건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탈북 단체와 보수 지지자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기에 대북 전단 풍선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나 탈북단체가 보내는 풍선은 그 자체로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국제민간항공협약, 풍선도 비행체로 금지
한국과 북한 모두 국제민간항공협약(ICAO) 가입국입니다. 해당 협약을 보면 "각 국은 그 영역상의 공간에 있어서 완전하고 배타적인 주권을 보유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협약에 따르면, 타국 비행체가 허가 없이 가입국 영역 상공에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나온 비행체에는 '무인기구'도 포함돼 있습니다. 풍선도 비행체에 속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르면 한국과 북한은 일체의 허가받지 않은 비행체를 보낼 수 없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나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이 모두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2023년 2월 미국이 중국의 고고도 풍선을 전투기로 격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중국 풍선이 미국의 허가 없이 미국 영토 상공에 진입한 것은 '국제민간항공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가 국제법상 적법한 행위였다는 근거가 '국제민간항공협약'이었습니다.
풍선은 초경량비행장치가 아니다?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 됐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에 자유에 대한 해석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만 해당될 뿐입니다.
이외에도 대북전단 살포는 '항공안전법'과 '경찰직무직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주민 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주민안전 위해라는 판단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12kg 이상 초경량비행장치를 비행금지구역이나 비행제한공역에서 사용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신고를 받아야 합니다. 탈북 단체와 보수 성향 언론에서는 풍선은 초경량비행장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풍선을 초경량비행장치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용산 대통령실, 휴전선, 군사지역, 공항 등 비행금지구역에서 풍선을 띄우는 행위도 합법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공안전법은 항공기 항행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행위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연 날리기 등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지난 3일 <프레시안> 기고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유엔 헌장에선 회원국의 주권 존중을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상대방의 영토와 영공에 전단·오물이 담긴 풍선을 보내는 것 자체가 주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전단의 내용이 적대적이고 평화를 해치는 경우에 그러하다"라며 양측 모두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일과 2일 북한의 오물 풍선이 인천공항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물 풍선이 공항에 추락하면서 50편이 넘는 항공기 운항이 지연됐습니다. 항공기와 오물 풍선이 충돌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단체와 "상황 공유 차원에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대북 전단 살포 제지도 경찰관이 판단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나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이나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논란을 키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을 있는 그대로 지키면 됩니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이유가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려면 국제법을 준수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