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교안보 등 국제 정세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이란 충돌, 대만 등 동북아시아 긴장 강화, 미국 대선 혼선 등의 와중에 동아시아에서는 한미일-북중러 간 신냉전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보수정권의 이념 외교의 치중으로 진영 논리가 외교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남북관계의 긴장도를 높이고 우리 정부의 자율적 외교정책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짚어보는 국회 정책세미나가 마련됐다.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반도 분단 구조의 극복을 위하여' 토론회가 강경숙, 김선민, 부승찬, 윤후덕, 이재강 야권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준형 국회의원실의 주관으로 열렸다.
6.15 남북공동선언 24주년을 기념해 1부와 2부로 나뉘어 열린 이날 토론회는 김창현 교수(인제대 통일학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문정인 명예특임교수(연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참석하여 남북 간 갈등 상황을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남북간 우발적 전쟁 위험이 계속 커지는 상황
1부에서는 '파괴된 평화, 길은 있는가'를 주제로 문정인 명예특임교수(연세대)와 김준형 의원이 대담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9.19 군사합의'가 파기되고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을 주고받는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이념편향을 지적하였고, "적대적 공생을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한미 정부의 생각이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문 명예교수는 대담 중 "위험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장치가 모두 없어진 것이 한반도 위기의 핵심이다"라는 내용을 강조하였고, 이에 대해 김 의원 역시 "우발적 전쟁 위험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2부에서는'지속 가능한 평화 만들기'라는 주제로 역사학자인 박태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가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본 지속가능한 평화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반도적 정전 체제의 배경이 된 20세기 여러 협정을 소개하고 최근 변화한 조건과 한반도 정세 등을 분석했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해야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와 러시아 전문가인 이문영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일본 전문가인 남기정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가 참여하였다. 이희수 교수는 현 중동 상황에 대해 유엔의 권위가 무력해진 것을 우려하면서, "한번 깨진 평화는 다시 돌이킬 수 없으며 그것이 중동의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문영 교수는 한국전쟁과 러-우 전쟁을 비교하며 현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러시아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한국을 필요로 하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한국이 가진 힘을 이용해서 한-러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기정 교수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 축인 일본에 대해 최근 북-일 개선 움직임이 있다"며 "역사 문제에 치중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일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형 의원은 토론 마무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인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것에 대해 "가장 싫어하는 최악의 인용구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아군-적군으로 양분하는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